[이슈크래커] '보이루'는 여혐 단어? 윤지선 교수 논문 둘러싼 논란

입력 2021-03-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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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유튜버 '보겸'이 유행시켰던 '보이루'라는 단어가 최근 재차 논란이 되고 있다. 철학박사 윤지선 교수가 2019년 저술한 논문에서 이 단어를 '여성혐오(여혐)' 단어로 규정한 데 대해 보겸이 항의하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갈등은 점점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보겸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보이루'가 '보겸+하이루'의 합성어일 뿐, 여성혐오 표현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진출처=유튜버 보겸 유튜브 캡처)

보이루, "여성혐오 표현" vs "보겸+하이루" 논란

갈등의 시작은 윤지선 교수의 논문이었다. 윤지선 교수는 2019년 철학연구회가 발행한 학술잡지에 '관음충’의 발생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해당 논문은 "보겸이라는 유튜버에 의해 전파된 '보이루'란 용어는 XX(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단어)+하이(Hi)의 합성어로, 초등학교 남학생부터 20~30대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여성혐오용어 놀이의 유행어처럼 사용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보겸은 해당 단어가 '보겸+하이루'의 합성어일 뿐, 여성혐오 표현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토로했고, 지속해서 논문 수정과 사과를 요구해왔다. 그는 항의 차원에서 지난달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지원센터에 윤 교수 논문을 신고했고, 해당 논문을 게재한 철학연구회를 수차례 방문했다. 그러나 한국연구재단은 해당 논문이 재단에서 관리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과제와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치할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학연구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관련 쟁점을 재검토한 결과 위조나 변조 등 사실은 없지만, 일부 서술을 수정할 것을 요구해 저자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철학연구회 홈페이지 캡처)

철학연구회, 관련 내용 수정…윤 교수 "제대로 논의해보자"

논문의 발행 주체인 철학연구회는 지난 19일 입장문을 내고 "관련 쟁점을 재검토한 결과 위조나 변조 등 사실은 없지만, 일부 서술을 수정할 것을 요구해 저자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부분은 "이 용어(보이루)는 수백만 명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BJ 보겸이 `보겸+하이루`를 합성하여 인사말처럼 사용하며 시작되다가 초등학생을 비롯해 젊은 20·3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여성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XX+하이루`로 유행어처럼 사용·전파된 표현"으로 수정됐다.

윤지선 교수는 철학연구회가 입장문을 발표한 다음 날인 22일에 자신의 SNS를 통해 보겸을 언급했다. 윤 교수는 "유튜버 보겸 씨 신문사에서 이번 사안에 관한 질문지를 주며 저의 인터뷰와 보겸의 인터뷰를 같은 지면으로 동시 발행하겠다고 했는데 그 연락에 신속히 답변하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유튜버 콘텐츠가 아닌 공론의 장에서 제대로 무엇이 문제인지 논리를 갖고 논의해 보자"고 덧붙였다.

▲2017년 무렵부터 유행한 '보이루'라는 단어는 그동안 '여혐' 단어냐, 아니냐를 두고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사진출처=유튜버 보겸 유튜브 캡처)

보이루, 오랫동안 '여혐' 두고 갈등…논문, '한남충'·'한남유충' 논란도

2017년 무렵부터 유행한 '보이루'라는 단어는 그동안 '여혐' 단어냐, 아니냐를 두고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보겸의 팬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보겸+하이루'로 시작돼 인터넷 밈(Meme)으로 발전한 단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해당 단어가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여성혐오적 단어이며, 단어의 초기 의미가 다르다고 해도 그 쓰임새가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보겸은 해당 단어가 여성혐오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인터넷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 워마드 회원들을 비롯한 일부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해당 단어의 의미를 변질시켜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지선 교수는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든 용어가 어떻게 여성혐오 용어로 확대, 전파되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유튜버 보겸은 이를 지적한 이들을 오히려 ‘남성 혐오자’로 왜곡하고, 명예훼손을 운운하며 집단 공격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윤지선 교수의 해당 논문은 '보이루' 이외에도 '한남충', '한남유충' 등의 단어를 사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남충'은 한국 남성을 벌레에 비유해 비하하는 표현이며, '한남유충'은 한국 남성 어린이를 벌레로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남성혐오 논문을 취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은 "해당 대학 철학과 강사는 2019년 논문에서 남성을 한남충·한남유충·성충이라 칭하면서 공공연하게 증오를 표현했다"며 "학문의 자유를 논하기엔 사회적 용인 수준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22일 윤지선 교수가 진행하던 대학 온라인 강의에 외부인이 접속해 대화창에 음란 사진을 공유하고 욕설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윤 교수 온라인 수업 도중 외부인 난입…"X페미 교수" 욕설

한편, 22일 윤지선 교수가 진행하던 대학 온라인 강의에 외부인이 접속해 대화창에 음란 사진을 공유하고 욕설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23일 세종대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이 대학 철학과 온라인 수업 도중 신원을 알 수 없는 외부인이 접속해 음란 사진을 화면에 노출했다. 또 30여 분간 각종 욕설과 혐오 표현을 대화창에 올리고, 강의를 진행하는 윤지선 교수에게 'X페미 교수', '난 촉법소년이라 법적 대응 안 통한다'는 등의 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교수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종대와 저는 수업 난동자와 관련자를 처벌하는 법적 대응에 대해 원활하게 상호논의하고 소통하며 사안을 엄중히 다루고 있다"며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집단공격 범위가 온라인은 물론이고 제가 재직하는 대학교 정문에서 화상 강의 현장으로까지 침범하고 있다. 대학 화상 수업까지 들어와 욕설로 도배하고 음란 사진을 게시한 만행을 반드시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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