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스크·의사 파견 등 100개 국 원조
선진국 외면하는 사이 중남미까지 영향력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4일 중국 정부 및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 등 국제단체의 자료를 인용, 중국산 백신을 승인하거나 공급 계약을 맺은 국가가 최소 70여 개국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백신 기부를 받은 국가나 지역도 37곳에 달했다. 마스크 공급이나 의사 파견을 포함했을 때 중국은 100개국 이상에 코로나19 대응 지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부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자국 백신을 확보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진국은 되레 선구매를 통해 자국 인구를 뛰어넘는 백신을 싹쓸이해가면서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코로나19 원조를 통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는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속한 국가들은 물론, 중남미에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이 다른 선진국과 달리 이러한 움직임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선제적 투자와 자국 내 감염 억제가 있다는 평가다. 중국이 발 빠르게 백신 원자재 생산을 확대한 데다가, 국내 감염자가 적은 터라 해외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 조사업체 에어피니티의 라스무스 벡 한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후부터 백신에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는 대도시 내 접종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인구 2100만 명이 넘는 북경시에서는 900만 명이 백신을 맞았다. 전국적으로는 백신 접종이 인구 100명당 8회 정도에 그치지만, 이런 전략에 힘입어 수출에 대한 반발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 국가가 백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점도 신흥국 및 개도국의 중국 의존도 심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선진국들이 자국 인구를 크게 웃도는 백신을 선점해가면서 신흥국과 개도국들은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 듀크대학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계약으로 확보한 백신 수는 10억 인분 이상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20%에 달한다.
결국, 선진국의 이기주의가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무기화에 힘을 보태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볼리비아 등에 코로나19 방역을 지원하고 나서 일대일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남미 가이아나는 중국의 기부 표명에 지난 2월 대만과의 대외 사무서 개설 합의를 파기하기도 했다. 미국 조사회사 로듐그룹의 매튜 민지 애널리스트는 “(신흥국과 개도국들이) 백신 공급을 중국에만 의지하면 외교적 위험을 안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