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법인 소유 주택 매도건수 4306건…작년 12월의 절반
"법인 매물로 시장 안정" 약발 미미
지난해 말 급격하게 늘어났던 법인 소유 부동산 매물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 법인발(發) 매도세로 주택시장 안정을 기대했던 정부 기대와 멀어지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법인이 매도한 주택은 4306가구다. 법인 매도세가 가장 강했던 지난해 7월(1만800건)이나 12월(1만42건)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서울ㆍ수도권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4474건이던 수도권 법인 소유 주택 매도 거래는 2월 1963건으로 줄었다.
전체 매매량에서 법인 매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세다. 지난해 12월엔 주택시장에서 매매된 물건의 7.2%가 법인에서 나왔지만, 2월엔 그 비중이 4.9%로 줄었다. 주택 거래량과 관계없이 법인 매도세가 둔화됐다는 의미다.
지난해만 해도 부동산시장에선 법인 매물이 시장 가격 하방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ㆍ여당은 지난해 8월 세법을 개정해 올 6월부터 법인 소유 부동산 양도 차익에 법인세율 20%포인트를 가산하기로 했다. 법인을 통한 부동산 투자를 억제하고 법인 소유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도 6월 1일을 기점으로 최고 세율(2주택 이하 3%ㆍ3주택 이상 혹은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6%)이 적용된다. 늘어난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법인은 5월이 지나기 전에 부동산을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법 개정안이 발표된 지난해 7월 법인에서 매도 물건이 급증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법인들, 전세 올리기ㆍ증여로 버티기
전ㆍ월세 올려 '보유'도
해가 바꾸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시장에선 절세용 매물이 대부분 소진됐다고 본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매매ㆍ증여 등을 통해 24만 가구가 넘는 법인 주택이 처분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23만 가구 이상을 개인이 소화하면서 가격 하방 압력도 상당 부분 상쇄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세금 부담을 느끼는 법인 매물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다고 본다"며 "게다가 법인 소유 주택은 대부분 지방에 있어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버티기 양상도 감지된다. 아직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지역 주택시장에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고 교수는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이 더 크다고 생각되면 늘어난 세금을 감당하려는 법인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지난해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법인 임대인이 세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도 커졌다. 높아진 전ㆍ월세가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지렛대 노릇을 하면서다.
일부 법인은 부동산 매매 대신 우회로를 선택한다. 2월만 놓고 보면 직전 소유자가 법인이었던 주택이 3만4777건 거래됐는데, 이 중 3만471가구가 증여 등 매매가 아닌 방식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부동산 명의만 법인에서 관계인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세금 부담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부동산 법인 움직임을 보는 관점은 둘로 나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법인 취득세율도 개편되면서 법인은 부동산 매매에 따른 실익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앞으로 매수세가 활발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여름부터 법인의 주택 취득세율이 최고 세율인 12%로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1만870건이던 법인의 주택 취득은 올 2월 4195건까지 줄었다.
반면 부동산 가격이 고개를 들면 법인 매수세가 다시 활발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개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달리 법인 소유 부동산 양도 차익에 매기는 법인세율은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과세되기 때문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법인이 부동산을 처분할 때 부과되는 법인세는 보유 기간에 상관없이 부과되기 때문에 단타 매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도세ㆍ종부세 세제가 개편되는 내년 6월 절세 매물이 모습을 감추고 매물이 잠기면 다시 단타성 법인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