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규 상장 건수 25년 만에 최고와 대조
앤트그룹, 당국 압박 못 이겨 금융지주사 전환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지난주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에 3조 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하이테크 기업을 옥죄는 방향을 돌아선 영향이라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당국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 된 것이다.
상장을 철회한 기업에는 얼굴인식 기술 업체 이투와 자율주행에 필요한 고성능 센서를 개발하는 허사이테크놀로지 등이 포함됐다. 두 회사 모두 기업가치가 20억 달러로 책정됐지만, “규제에 대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시로 2019년 개설된 커촹반은 상하이 거래소에 상장한 기술 업종 260개사를 취급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기술 패권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창업자가 세운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과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기업 성장을 장려하던 정부 움직임도 뒤바뀌었다.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의 상장을 돌연 연기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올해 1월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새로운 규제 지침을 발표하는 등 기업들을 압박했다. 해당 지침은 당국이 불시 조사를 통해 문제 기업을 색출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기업들의 상장 자진 철회도 가능하게 했다. 지난달 증감회는 “문제가 있는데도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다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며 규제 강화를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미·중 대립이 계속되는 것도 중국 IT 기업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이에 커촹반에서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상장을 취소한 기업은 64개였지만, 올해 1분기에만 88개사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1분기 전 세계 신규 상장 건수가 2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 임원진을 세 번째로 소환하고 비로소 시정 계획을 승인했다.
인민은행은 성명에서 “앤트그룹 임원진은 은행, 증권, 외환 등을 포함한 4개의 규제 당국과 회의를 진행했다”며 “지난 몇 달에 걸친 포괄적이고 실행 가능한 시정 계획이 수립됐다. 앤트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룹은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와 신용 대출 서비스 제베이·화베이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끊고,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에바오 규모도 축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앤트 측도 성명에서 “적극적으로 규제 당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중국 대표 성장 기업으로 꼽혔던 앤트가 당국에 두 손을 든 모습은 다른 기업의 상장 철회를 가속할 우려도 있다. 닛케이는 “알리바바와 앤트가 통제를 강화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다”며 “정부의 억압적인 자세는 중장기적으로 회사 주가에 무거운 짐이 될 수 있고, 바뀐 지침으로 2월과 3월에 걸쳐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