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 비판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기술 연구에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물론 후발주자인 샤오미 등 중국업체와도 경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에릭 쉬 화웨이 회장은 이날 중국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애널리스트 서밋’에서 “화웨이는 스마트카 사업부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올해 자동차 부품 개발 등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쉬 회장은 자동차 사업 초기 3곳의 중국 자동차 업체와 제휴해 화웨이 이름을 딴 자율주행차를 서브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금까지 베이징자동차(BAIC), 충칭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 3개의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소프트웨어 등 기술을 제공하고 이들 회사가 만드는 자동차에 ‘화웨이’ 로고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이미 상당하다. 그는 “화웨이의 자율주행 기술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차가 10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분야에서 이미 테슬라를 능가했다”고 말했다. 테슬라 차량은 사람 개입 없이 800km 이상 주행할 수 없는데 이 부분에서 테슬라보다 자사가 앞서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자동차 기술 부문에 베팅하면서 미국이 아닌 중국 현지 시장을 겨냥했다. 이는 미국의 제재로 기존 사업 활로가 막히자 중국 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쉬 회장은 “중국의 신차는 매년 3000만대가 출하되고 있으며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면서 “중국 밖 시장을 개척하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대당 평균 1만 위안을 벌 수 있다면 화웨이로서는 매우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정부도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자 화웨이 창업자 런청페이가 전기차와 스마트팜, 헬스케어 등 신성장 분야 사업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은 경쟁업체가 쟁쟁한 상황이다.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데 니오와 샤오펑 등 중국 스타트업들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샤오미도 지난달 전기차 사업에 10년간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 반도체 부족사태와 관련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일부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쉬 회장은 “지난 2년간 중국 기술회사에 부과된 제재는 반도체 산업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렸고, 그 결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줬다”면서 “제재로 일부 기업들이 반도체 재고를 비축했고, 이러한 비축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 부족을 가중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