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정책 기조 흔들림 없이 이어나갈 것"
오세훈 시장 당선에 정책 여건은 악화
공공 주도 주택 공급 정책 설계자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러났다. 공공자가주택 등 변창흠표 부동산 정책이 순항할지는 후임자인 노형욱 신임 국토부 장관 후보자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노형욱 전(前) 국무조정실장을 새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변 전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비롯된 신도시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한 데 따른 인사다. 변 전 장관은 이날 이임식을 열고 바로 퇴임했다. 취임 109일 만이다.
변 장관은 떠났지만 변창흠표 정책은 남아 있다. 2ㆍ4공급 대책이 대표적이다. 후보자 때부터 공공 주도 주택 공급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변 전 장관은 임명 두 달 만에 83만 가구 규모를 공급하는 2ㆍ4 대책을 내놨다. 2ㆍ4 대책엔 공공 주도 정비사업, 공공자가주택(집 소유권은 민간에 주되 시세 차익 환수 장치를 두는 주택), 도심 고밀 개발 등 학자 시절부터 변 전 장관이 펴왔던 소신이 대거 반영됐다.
설계자가 떠나면서 2ㆍ4 대책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추가 후보지를 선정하고 주민 동의를 얻는 등 궤도에 올리는 작업은 노 후보자의 몫이 됐다.
우선 노 후보자도 공공 주도 개발 정책 기조를 이어받을 공산이 크다. 이제 와서 방향을 돌리기엔 주택난 해결이 시급할뿐더러 문재인 정부에 남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ㆍ4 대책 이후 두 달 동안에만 13만9000가구 규모 사업지를 발표하며 속도전을 벌이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정부는 이달 말에도 2차 대형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 후보자도 "정부의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을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관가에선 기획재정부 예산 관료 출신인 노 후보자가 정책을 주도하기보단 2ㆍ4 대책을 입안한 실무 관료들이 정책을 완성해 나갈 것으로 본다.
문제는 정책 여건이 날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주택 사업 규제 완화를 내걸고 당선된 게 대표적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간 주택 공급 주축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엇갈리면서 정책 공조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오 시장 공약대로 민간 주택 사업에서도 용적률 등 규제가 완화되면 공공성 확보를 조건으로 규제 완화를 약속한 공공 개발 사업의 장점이 사라진다. 2ㆍ4 대책 후보지 일부에서 민간 자체적으로 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공공 개발을 거부하고 나선 것도 이 영향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새 장관이 부동산의 '부' 자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변창흠 장관 정책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공공 개발 확대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그것에만 함몰되다 보니 정책이 공공 대 민간 구도가 됐다"며 "이런 구도에선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