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었다. 2011년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추진된 지 10여 년 만이다. 법 제정 후 1년 동안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시행 후 금융회사도 금융회사를 방문한 소비자들도 모두 힘겨움을 호소했다. 시행령과 감독규정 확정이 늦어진 것에 대한 원인도 있겠지만 시장의 플레리어들이 금소법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떠한 관점으로 대응할 것이냐에 따라 이 혼돈의 시기는 성장통이 될 수도 있고 금융사들의 면책방편용에 그칠 수도 있다. 2009년 2월 4일 자본시장법이 시행될 때 금융회사들은 해당 부서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금융사 직원들은 회사 지침에 따라 상품 판매과정 등을 처리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최근 2020년까지도 라임 및 옵티머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금융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금융소비자 권익을 위해 어렵게 제정된 금소법이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생활에 불편과 어려움을 주고 정부와 금융사들의 면피면책용으로 전락되어서는 안된다. 시장에서 실효성있게 시행되기 위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바로 ‘금융윤리’가 그 사회에 얼마나 잘 인식되고 실천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윤리’는 ‘개인이나 집단의 금융관련 경제행위를 지배하는 원칙에 관한 것으로, 금융활동분야에서 개인과 집단이 겪는 이해 상충의 문제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련의 원칙을 세우고 실현하려는 철학적 노력’이다. 따라서 금융회사의 윤리경영은 ‘옳고 그름의 윤리적 문제’를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윤리경영이 최고의 가치임을 각 홈페이지나 윤리강령 등을 통해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 실적위주 평가시스템과 CEO의 짧은 임기동안 경영성과 중시 등으로 인하여 금융윤리환경을 조성하기 어려운 현실이며 금융인들을 위한 ‘금융윤리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내용과 깊이도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2010년부터 영국과 미국 등 주요국은 금융부문 종사자들을 위한 금융윤리자격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이는 금융부문의 전문성 및 윤리성 강화를 목적으로 새로운 원칙기반 금융규제 시스템과 연계되어 양적 및 질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금융인을 위한 금융윤리교육은 각 업권별로 협회나 연수원을 통해 아주 미비하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인들은 자신들이 처한 금융의사결정 상황에서 금융윤리의식이 무엇이고 어떻게 자신들의 전문영역에서 금융윤리를 실천해 나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금융회사 내 금융윤리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향은 ‘금융윤리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금융윤리 문화’를 효과적으로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명시적인 윤리프로그램을 제도화함과 동시에 촤고경영진의 금융윤리확립에 대한 의지가 명확히 정립되어야 한다. 영국이 금융윤리자격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도화하고 시행하면서 가장 먼저 금융권의 최고경영자들부터 이 과정에 참여하게 한 이유이다.
지금까지 반복되는 금융위기와 경제적 불균형 문제로 ‘과연 금융이 사회에 유익한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면서 ‘좋은’ 금융을 위한 조건으로서 금융윤리가 크게 강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산업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 등 혁신 뿐 아니라 금융윤리의 제고가 중요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금소법 시행을 계기로 기존의 금융상품 판매 관행을 완전히 버리고 금융소비자 눈높이에서 준비하고 대응하려면 금융인의 ‘금융윤리역량’은 필수불가결한 항목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법이라도 그 사회가 법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이제 진정성 있게 금융시장의 변화를 도모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기고자 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금소법이 과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려야 하는지를 다시금 숙고하면서 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인을 위한 금융윤리자격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금융윤리문화 조성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성장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