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문 정부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베꼈다. 청와대 정책 사령탑을 맡았던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노무현 사람이다. 국정과제비서관과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현 정부서 청와대 사회수석과 정책실장으로 부동산 정책을 주도했다. 예고된 실패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문 정부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빚내서 집 사라’는 박근혜 정권의 금융 완화로 집값 상승 부담을 안고 출범했다. 시장 원리상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 정부는 거꾸로 갔다. 공급 규제와 수요 억제를 택했다. 시장과의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공급 부족은 수급 불균형을 낳았다. 수요가 넘쳐나는데 공급이 달리니 집값이 급등했다. 그런데도 공급을 늘리는 대신 규제로 맞섰다.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더 센 규제책을 쏟아냈다. 참여정부서 내놓은 대책만 30여 개였다. 서울 집값은 57% 상승했다. 문 정부도 벌써 25번의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서울 집값은 46%나 올랐다. 두 정권 모두 시장과의 싸움에서 완패했다. 국민은 실정에 등을 돌렸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두 정부 모두 집권 4년차에 공급 확대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2006년 2기 신도시 물량 등 공급 확대로 2007년 집값은 1.7% 하락했다. 문 정부도 지난해 대대적인 공급대책을 내놨다. 3기 신도기 개발과 공공 주도 재개발 재건축이 핵심이다. 문 정부의 마지막 희망이 5년 차에 집값이 잡힌 ‘노무현 정부 따라 하기’라는 건 아이러니다.
정치 무능도 노무현 정부 시즌2다.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서 과반의석(152석)을 얻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의 결과였다. 열린우리당은 진영논리를 앞세워 독주했다. 그들만의 관심사인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개정안 처리에 집착했다. 민생은 뒷전이었다. ‘싸가지 없는 말’로 국민을 화나게 했다. 오만과 독주에 국민은 등을 돌렸다. 100년 정당의 꿈은 3년 9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정권도 잃었다.
민주당이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174석을 앞세워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 야당과 분점해온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임대차보호법 등 민생 법안들을 야당과 협의도 없이 강행 처리했다. 국회는 민주당 1당체제나 다름없다. 개혁의 미명 아래 코드인사를 남발하며 사법부 장악에 올인했다. 한때 자랑거리였던 도덕성은 희미해졌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 의원들이 임대료 인상 제한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사전에 임대료를 올린 건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성희롱 사건으로 공석이 된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 공천할 수 없도록 한 당헌도 뒤집었다.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결국 민심이 떠났다. 선거 참패는 그들만 몰랐을 뿐 예고된 것이었다. 무능한 야당 심판을 자신들의 실력으로 착각해 총선 민의를 왜곡한 결과다.
실패의 역사는 반복된다. 교훈이 없거나 잊어서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 정부의 칼로 시장을 이기겠다는 오만이 부른 참사다. 거대 의석을 앞세운 폭주로 화를 부른 역사도 따라 했다. 힘이 있을 때 더 낮아지고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무시해서다. 권력에 취하면 초심을 지킬 수 없다. 눈앞의 욕심과 진영논리에 쓰라린 과거의 실패는 쉽게 잊힌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다. 그들이 내세운 공정과 정의는 허울뿐인 내로남불의 위선으로 드러났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다. 청와대와 여당은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다. 쇄신 없는 보여주기식 인사는 감동을 줄 수 없다. 민주당은 말로만 혁신을 외칠 뿐 도로 친문당이다. 성난 민심에 정책 기조마저 흔들리고 있다. 민심 이반으로 2006년 지방선거부터 두 차례 대선(2007년 2012년)과 총선(2008년 2012년)에서 연전연패한 게 불과 10여 년 전이다. 진정한 반성과 혁신이 없으면 문재인 정권의 미래는 없다. 오만과 독주는 몰락의 지름길이다. 역사의 교훈이다.leej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