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주택 정책 출발부터 '흔들'

입력 2021-04-21 17:03수정 2021-04-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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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 건의에 문 대통령 사실상 거부
'35층 룰' 난망…규제 완화 대신 '토지거래허가구역' 꺼내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표' 주택 정책이 발을 내딛기도 전부터 동력을 잃고 기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직접적으로 건의했지만 문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예상보다 거센 집값 상승 움직임에 오 시장이 첫 부동산 정책으로 꺼내든 건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아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라는 강도 높은 규제였다. 핵심 공약인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첫 단추를 꿰기 전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건축과 관련한 안전진단 강화가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며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건의했다. 그러면서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현장을 대통령님이 한 번만 나가봐 주시면 좋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재건축이 쉬워지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 할 수 있다"면서 오 시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오세훈표 주택 공급 정책은 애초에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됐다. '한강변 35층 룰'(아파트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한 것) 완화 등을 위해선 서울시의회를 설득해야 하지만 서울시의회 전체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시 차원에서 용적률을 완화한다 해도 분양가 상한제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안전진단 규제 등의 규제 키를 쥔 중앙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오 시장의 공약 실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등의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낼 순 있지만 1년 짜리라는 짧은 서울시장 임기나 정부와의 갈등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주택 공급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시작도 못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

이날 서울시는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24개 단지)를 비롯해 △여의도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16개 단지) △목동 신시가지(14개 단지)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일부 재건축 단지와 한강변 재개발 구역 일대의 비정상적인 주택 거래와 호가 급등 등 투기수요 유입이 우려돼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시는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 시장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오 시장이 집값 급등에 불을 지폈다는 책임론이 고개를 들자 이에 부담을 느껴 나온 '속도 조절용 카드'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이른바 '오세훈 효과'에 크게 들썩였다. 4·7 보궐선거전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 전면에 내세웠던 오 시장이 취임하자 꽉 막혀 있던 정비사업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오 시장 당선 이후 강남·목동·여의도 일대를 중심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은 일주일 새 2억∼3억 원씩 오르기도 했다.

집값 급등은 오 시장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자신을 적극 지지했던 무주택 서민이나 젊은층이 오히려 등을 돌릴 수 있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대해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위적으로 거래를 억제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화라는 방식이어서 일시적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해제 순간 가격이 시장가격으로 다시 튀어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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