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대규모 CMO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하다. 현재까지 총 3개 컨소시엄이 러시아 백신 생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지엘라파와 한국코러스를 주축으로 구성된 '스푸트니크V' 컨소시엄은 본격적인 상업물량 생산이 임박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안동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속해 있다.
밸리데이션 배치 물량을 러시아로 보낸 한국코러스는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위해 1000ℓ 규모의 바이오리액터 4대를 도입했다. 바이오리액터는 세포를 배양하는 기계로, 스푸트니크V는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개발됐다.
이 가운데 1대는 이수앱지스에 도입된다. 해당 컨소시엄에서 가장 먼저 스푸트니크V 생산 기술을 이전받은 이수앱지스는 19일 경기도 용인공장에서 시생산을 시작했다. 이수앱지스 외에도 바이넥스가 원액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컨소시엄이 생산하는 스푸트니크V 물량은 5억 도즈 규모다. 이와 별개로 지엘라파와 한국코러스는 1억5000만 도즈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밸리데이션 배치 물량으로 최종 인허가 단계가 완료되면 상업생산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스푸트니크V의 사용을 승인하는 국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생산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한 또 다른 컨소시엄은 휴온스글로벌이 이끌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휴메딕스, 보란파마가 참여한다. 애초 휴메딕스는 지엘라파 컨소시엄에 먼저 들어갔지만,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에 중복으로 참여하면서 배제됐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에서 백신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은 전날 싸이티바코리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000ℓ 싱글 유즈 바이오리액터 50기(10만ℓ)를 포함한 다양한 장비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생산능력을 월 1억 도즈 규모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8월 시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한 장비는 국내 최대 규모이자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대규모 생산시설"이라며 "3월 착공된 백신센터에 설치해 8월 시험 가동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의 스푸트니크V 수주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대규모 생산설비를 도입한 만큼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세 번째 코로나19 백신인 '코비박' CMO는 윤병한 쎌마테라퓨틱스 회장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은 모스크바파트너스코퍼레이션(MPC)이 주도한다. MPC는 코비박을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한국에 설립된 특수목적 법인으로 '코비박 프로젝트'에는 국내 최대 백신생산 설비를 갖춘 GC녹십자와 유통을 진행할 휴먼엔이 참여한다.
코비박을 개발한 러시아 추마코프연방과학연구소의 핵심 인력들은 지난 3월 한국에 들어와 GC녹십자의 오창·화순공장 등을 둘러보고 갔다. 연간 1억 도즈 이상의 백신 물량을 한국에 위탁할 예정이다.
쎌마테라퓨틱스는 2020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지만, 윤 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코비박 사업은 계속해서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코비박이 러시아를 제외한 국가에서 승인을 받지 않아 백신 공급 시기와 규모 등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이어 기술이전을 받은 노바백스 백신의 생산을 6월 개시한다.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26일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을 찾아 생산설비를 둘러보고 허가 진행 상황 등을 점검했다. 정부는 기술이전 생산 계약 연장을 추진키로 해 앞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할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연내 국내 공급될 물량은 4000만 도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노바백스 백신 생산을 위한 원부자재 등이 차질없이 공급되고 있다"며 "국내 허가를 받는 즉시 제품을 생산·공급할 수 있는 채비를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