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향 요구 4.8만 건 쏟아졌는데 2308건만 반영
지역별로는 세종(70.3%)과 경기(23.9%), 대전(20.6%), 서울(19.9%) 순으로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서울 안에선 노원구(34.6%)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성북구(28.0%), 강동구(27.1%), 동대문구(26.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토부는 다음 달 28일까지 이의 신청을 받고 6월 25일까지 공시가격을 확정하기로 했다.
하향 요구는 5%만 수용…상향 요구는 18% '덥썩'
주택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인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사회보험료 등이 줄줄이 오른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올해 52만3983가구다. 초안보다는 637가구 줄었지만 지난해(약 31만 가구)보다는 20만 가구 넘게 늘었다. 전국 공동주택 중 3.7%에 달하는 비중이다.
공시가격 6억 미만 주택은 재산세 감면 혜택(1가구 1주택자 한정)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수가 지난해 약 1314만 가구에서 1309만 가구로 줄었다.
올해 공시가격 수정 요구가 거셌던 건 이런 배경에서다. 국토부는 지난달 16일부터 20일간 공시가격에 관한 의견을 접수했는데 수정 요구가 4만9601건 접수됐다. 역시 2007년(5만635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정 요구다. 이 가운데 1010건만 공시가격 상향 요구였고, 4만8591건은 하향 요구였다. 436개 단지에선 집단으로 공시가격 수정을 요구했다.
기록적인 반발이 이어졌지만 국토부가 수용한 건수는 2485건(수용률 5.0%)뿐이었다. 그나마 상향 조정 비율은 17.5%(177건)에 달했지만, 하향 조정은 4.7%(2308건)에 불과했다.
공시가격이 확정되면서 세제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 셈법도 복잡해졌다. 최근 정부ㆍ여당은 재산세ㆍ종부세 세제와 공시가격 제도 손질 논의에 한창이다. 공시가격 급등 등으로 주택 보유세 부담이 늘면서 나빠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재산세 감면 기준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김병욱 의원 등 여당 국회의원 일부는 1주택자 종부세 과표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하고 있다. 종부세 과표가 12억 원으로 오르면 최대 26만 가구가량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 경제정책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6일 종부세 과표 상향에 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가 안팎에선 세 부담 상한선(세금 부담액이 전년도 세액보다 일정 비율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한 선)을 낮추거나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오르내린다.
세제 개편이 확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당장 여당 안에서도 의견 정리가 안 되고 있다. 다음 달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 일부가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고 있다. 시간도 촉박하다. 현 소유주가 보유세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재산세ㆍ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세법이 개정, 시행돼야 한다.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만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27일 당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6월 1일 공시가격이 확정되는 만큼 5월까지는 조속히 당의 입장을 정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