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대법관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을 궁극적으로 없애 나가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28일 오전에 열린 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김 대법원장에 대한 논란과 관련한 질의에 집중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윤종섭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장기 유임을 두고 “(윤 부장판사가) 최장수 기록을 매년 갱신하며 대법관 임기와 같다는 의미에서 윤종섭 대법관으로 불리고 있다”며 “윤종섭 재판부와 같이 2018년 10월에 신설된 박남천 재판부는 전원 교체됐는데 한 재판부는 남고 한 재판부는 교체됐다”며 김 대법원장의 코드인사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천 후보자는 “이례적인 인사는 맞는 것 같다”면서도 “법원에는 사건배당·사무분담 예규가 있고 각 위원회가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사무 분담되는 것을 경험한 바 있다”며 코드인사 의혹에 대한 즉답은 피했다.
전 의원은 이어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고, 앞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사법농단 사건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후보자를 제청한 김 대법원장에 부채의식을 갖고 ‘친문무죄 반문유죄’ 판결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천 후보자는 “부채의식은 국민과 헌법에 대한 양심에만 있다”고 답했다. 또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선 “(대법원장이) 사과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사과가 충분하지 아닌지와 조치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퇴임 후의 평가가 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존경심을 갖고 있고 (독대할 때) 녹취를 생각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천 후보자에 대한 지방세 체납 등도 비판됐다.
국민의힘의 유상범 의원이 “지방세 체납 등으로 자동차 압류가 있었음에도 후보자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며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는 것도 일종의 거짓말에 해당되고 허위로 답변한 것인데, 김 대법원장과 후보자의 거짓말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지적했다.
이에 천 후보자는 체납 문제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부분에 송구하다”며 “관련 자료에 대한 제출이 되도록 적극 협조했기에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스쿨존 내 제한속도 위반에 대해 “2008년부터 10년 이상 주말부부를 하며 주말에만 부산집에 내려갔다”며 “차량 각종 고지서를 배우자가 부산 집에 거주하며 전담했는데, 제 소유 차량인 만큼 불찰은 저에게 다 귀속된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사법부의 불신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천 후보자는 “법관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부분과 재판의 투명성·예측성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과 인사권 줄이고 없애 나가는 것이 법관의 독립을 위해 내부적으로 필요한 개선으로, 지향해야 할 큰 목표”라고 답했다.
천 후보자는 또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됨으로써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에 대해서 “저뿐 아니라 형사재판을 하는 분들이 고민하고 있고, 특정한 검토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나 당장 내년부터 맞닥뜨릴 사건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묻는 말에 “구성의 다양성에 공감하며, 다양성이 필요한 것은 주류적 가치관뿐 아니라 비주류적 가치관도 어우러져 방향성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통법관 이외 비법관의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에 접근해야 하고, 검찰이라 되고 안된다는 식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이른바 ‘재산비례벌금제’ 도입과 관련해선 “전제가 되는 부분은 개개인의 재산이나 소득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인데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고서는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친형 강제 입원'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대안적 사실을 창조했다"며 "곡학아세를 넘어 곡법아세, 법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며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도 '기교 사법'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법원의 역량이 떨어졌다고 내외부 비판을 받은 대표적 판결"이라고 했다.
유상범 의원도 "대법원이 허위라는 인식 외에 별도의 (고의성에 대한) 구성요건을 둔 느낌"이라며 "너무 법 기술적인 것 아니냐. 대법관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사법부 독립'을 들어 이 지사를 방어했다.
송기헌 의원은 "판결이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판결문 일부만 가지고 가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위험하다"며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심사보고서 채택 건을 의결했다. 대법관 후보자는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인준을 받아야 하며, 천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