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 부장 박모(40)씨는 SKIET 공모에 6000만원가량을 넣었다. 은행 예금과 주식 계좌에 있던 자금을 빼서 본인과 아내, 자녀, 장모 등의 명의로 된 여러 계좌로 분산해 청약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본인 명의 계좌만 5개를 만들었다. 박씨는 “총알(자금)이 부족해 계좌 수로 승부할 생각”이라며 “딸 학원비라도 보탤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KIET 일반청약에 81조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몰렸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다웠다. 통합 경쟁률은 288.17대 1이었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534만7500주였다.
증거금은 80조9017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최대 기록인 SK바이오팜(증거금 63조6198억원)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공모주=대박’이란 ‘학습 효과’와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 증시 조정, 공모주 청약 제도 개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주식활동계좌 역시 4521만 개로 역대 최대다. 1년 전보다 44.6% 늘어났고, 4월에만 11.2% 늘었다. 주식활동계좌는 활동 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 원 이상이고, 6개월 내 한차례 이상 거래된 적이 있는 증권계좌를 말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후 ‘따상’(시초가의 두 배로 오른 뒤 상한가)에 대한 기대감, 균등 배분 도입 막차를 타려는 수요 등으로 청약자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사 계좌를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증권사 지점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특히 SK증권은 최근 20영업일 이내 비대면 복수 계좌 개설 제한을 두고 있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한 이력이 있다면 지점을 방문해서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계좌 개설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하루 30명으로 신규 계좌개설을 한정하면서 지점 앞에서 직원과 고객 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모주 청약 열풍 분위기는 은행으로도 옮겨붙었다. 최근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A씨는 “계좌개설 할 때 이번에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느냐고 묻더라”면서 “은행 계좌 개설해도 증권사 계좌 개설이 제한받을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제 투자자의 관심은 몇 주를 받느냐로 향한다. 균등 배분제로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예상보다 줄 가능성도 있다. 1주도 못받는 상황도 예상된다. 변수는 청약 계좌 수다. 균등 배정 물량보다 더 많은 계좌가 몰리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균등 배정 물량을 넘어선 NH투자증권은 10명 중 1명이 추첨을 통해 1주를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청약자가 대거 몰리며 추첨제로 배분하게 된다. SK증권만 청약에 참여한 모두에게 최소 1주씩 균등배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IET 청약 배정 결과는 30일 장 마감 이후 나온다. 배정받지 못하고 남은 청약증거금은 5월 3일 입금된다. SKIET는 5월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당일 ‘따상’에 성공한다면 1주당 16만8000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