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경 위해 분조위 적극 따를 듯
2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 제재심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사적 화해를 완료해 제재 계획이 없다”며 “다음 제재심은 하나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라임레포플러스사모KD-1호) 피해자와 재판상의 화해절차로 분쟁을 마무리했다. 재판상 화해는 ‘금융투자업규정’상 “분쟁조정 또는 재판상의 화해절차에 따라 손실을 보상하거나 손해를 배상하는 행위” 조항을 준용했다.
하나은행 제재심을 막판에 하는 건 검사가 가장 늦게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독일 헤리티지, 디스커버리, 이탈리아 헬스케어, 라임펀드 등 부실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이다. 그만큼 피해자들의 분쟁조정 요청도 적지 않다.
하나은행 측은 분조위 개최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분조위 관계자는 “하나은행을 포함한 대부분의 금융사는 분조위를 빨리 열고 싶어 한다”며 “설명의무위반인지 적합성의 원칙 위반인지 등의 제재심 안건이 나와야 분조위 절차도 착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연루돼있는 펀드가 많아 분조위 절차가 제재심 안에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라는 투자자들의 주장이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하나은행이 판매 당시에 설명했던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장기채권 등 부실 자산이 포함돼있는지 인지한 상태에서 판매했다면 기망에 해당한다”며 “그렇게 되면 사기나 착오에 의한 취소 책임을 묻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외부법률자문 등의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분조위 관계자는 “분조위 절차가 제재심보다 늦어진다면, 금융위에 넘어가서도 소비자보호 노력으로 감경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제재심 결과에 따라 분조위 수용 여부가 갈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ㆍ신한은행이 CEO가 걸려있지 않았다면 분조위 결정에 적극적으로 임했겠냐”고 반문하며 “관건은 CEO 제재 여부”라고 말했다. 선지급은 충분한 배상이 아니라는 게 분조위의 입장인 만큼 제재 수위에 따라 분조위 수용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특히 라임펀드 판매 당시 은행장들이 모두 현직에 남아 있어 징계 여부가 그룹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윤석헌 원장의 임기 만료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점은 변수”라고 언급했다.
한편 금감원은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선 CEO가 아닌 기관 중징계를 내렸다. 보관, 관리하는 집합투자재산간 거래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제 246조) 및 운용지시없는 투자대상자산의 취득, 처분 등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제80조) 등과 관련해 업무 일부 정지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