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산하 지원청 주무관 A 씨 유족 인터뷰…"남편 죽음으로 몰아가”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모 교육지원청 학교시설지원과에서 주무관으로 근무하던 A(40) 씨가 올해 1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둔 젊은 나이의 가장인 A 씨가 스스로 삶을 포기한 이유는 뭘까. 이투데이는 최근 수원의 한 카페에서 고인의 아내(38)와 누나(48), 형(42) 등 유가족을 만났다. 유가족은 A 씨가 생전에 과도한 업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 씨 아내는 “어느 날은 남편이 고졸 출신 특성화고 경력 채용 직원들을 관리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조심스럽게 업무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관리하는데 각 교육지원청 시설과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당시 본청(서울시교육청)에 근무했던 남편에게도 그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4년 11월 21일 특성화고 출신 학생을 교육청 공무원으로 뽑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졸성공시대’ 정책을 발표했다. 고졸성공시대는 2015년부터 교육청 소속 기술직(9급) 공무원 채용 시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해당 졸업자 선발 인원 비중을 기존 30~40%에서 50%로 확대하는 정책이다.
A 씨의 업무 스트레스는 2018년 ‘석면 사태’가 발생하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한다. 당시 석면 철거 미비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개학이 연기됐다.
A 씨 형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20세 특성화고 경력 채용 직원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규모의 공사들을 감독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며 “전문적, 행정적 업무에 대해 현장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다 보니 기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보다 그들의 일을 같이 봐주거나 관리해줘야 하는 비상식적인 업무 상황이 벌어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교육지원청 직원들이 고졸 경력 채용자들의 업무를 챙기는 동안 당시 본청에 있던 동생이 석면,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전기 관련 업무 부담을 꽤 많이 받았다”며 “각종 민원과 감사 후속 처리로 평소 살인적인 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에 따르면 교육지원청을 옮긴 후에도 A 씨는 상당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결국 A 씨는 우울증, 범불안장애 진단을 받아 병가(2019년 10~12월)를 내고 휴직(2020년 9~12월)을 했다.
A 씨 아내는 “남편이 병가·휴직 기간에도 1주일에 2~3번, 주말에도 1시간 넘게 업무 전화를 꾸준히 받아왔다”며 “아직도 왜 그런 비상식적인 업무 상황이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교육지원청의 이러한 비상식적인 업무 상황을 모르는 체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관리감독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유가족은 A 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A 씨의 누나는 “조 교육감에게 순직 처리를 잘해달라는 의미의 인사를 했다”면서 “당시 조 교육감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답변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동생 같은 제2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성실하다고, 묵묵히 일 잘한다고 업무를 몰아주는 공무원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A 씨의 아내는 “이렇게는 끝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순직 처리 기간이 최소 6개월 걸린다고 한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