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대신 조연급 배우 선호…"車보다 모델이 시선 끌어선 안 돼"
배우 박효주가 현대자동차 ‘그랜저’ 광고 영상에 등장했다.
지난 11일 현대차가 공개한 ‘그랜저 르블랑’ 동영상 광고 가운데 <꼼꼼히 주변을 살피는 리더>편 주인공은 박효주였다.
영상 속 그녀는 '재택근무' 중인 부하 여직원을 챙기는 임원으로 분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후배를 챙기는, ‘좋은 리더’ 캐릭터였다.
박효주는 후배와 메신저를 주고받는 강한 눈빛과 함께 부드러움까지 담아냈다. 짧은 영상이었으나 ‘함께하고 싶은 리더’의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답게 현대차가, 그리고 '그랜저'가 추구하는 이미지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배우 박효주가 현대차, 그것도 이 시점에 그랜저 광고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박효주의 캐스팅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많은 톱스타를 광고 전면에 내세운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개런티도 개의치 않는다.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는 글로벌 론칭 때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등장했다. 이밖에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할리우드 스타와 스포츠맨들도 현대차 광고에 등장했다.
다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 광고에서 이른바 '톱스타'로 불리는 유명 연예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5년 NF쏘나타 출시 광고 때 등장한 배우 장동건이 사실상 톱스타로는 마지막이다. 그는 인연을 이어가 후속 모델인 YF쏘나타의 1호차 고객이 됐다. 그러나 광고에는 나서지 않았다.
당장 기아만 해도 여전히 연예계 톱스타를 광고 전면에 내세운다.
최근, 배우 고수가 스팅어 마이스터 광고에 등장했다. 배우 조승우는 K8 모델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배우 현빈도 한때 중형세단 K5 광고에 등장했던 톱스타 가운데 하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역시 배우를 잘 고른다. 배우 하정우와 이병헌 등이 이들의 광고 모델로 나선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독 현대차만 그저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나 '조연급 배우'를 캐스팅한다. 제작비용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차보다 사람(모델)이 돋보여서는 안 된다"는 집념이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2018년 현대차 SUV 광고에 배우 진선규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범죄도시>에 조연으로 출연, 캐릭터 뚜렷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던 그다.
배우 진선규의 매력과 연기력이 결코 하정우ㆍ이병헌 등과 비교해 모자라지 않는다. 그저 당시 기준으로 상대적인 인지도가 낮았을 뿐이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1등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유명인 또는 조연급 배우가 광고에 나서는 시점도 있다.
자동차는 5~7년마다 새 모델이 나온다. 차 안팎을 화끈하게 바꾸고 새로운 세대를 지향한다. 현대차의 경우 이때에도 철저하게 유명인의 등장을 배제한다.
현대차의 광고모델로 사람이 등장하는 때는 라이프사이클의 중간 지점, 즉 부분변경 때다.
10년 전, 그랜저 HG의 라이프사이클 중간 기점에서 배우 조진웅과 이성민이 '친구'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함께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그들의 인지도는 요즘처럼 뚜렷하지 않았다.
2021년 현재, 그랜저 르블랑에 배우 박효주가 등장한 것도 이런 보이지 않는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현대차 역시 이에 대해 일부분 인정한다.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여전히 강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섭외된 배우들은 조연급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주연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유명인들"이라며 "광고 모델의 이미지와 제품의 타깃 고객층 등을 고려해 고심을 거쳐 함께할 모델을 선정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