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만 t 물 필요’ TSMC 공장 생산차질 비상
지역사회 감염자 8일 연속 200명 이상
주요국 자급자족 시도에 시장 지배력 위협 받아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있는 대만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속에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었다.
올해 들어 TSMC 주가는 반도체 수요 급증 기대감 등에 힘입어 고공 행진했으며, 대만증시 벤치마크인 가권지수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러운 역풍이 불었다. 올해 봄 56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따른 전력난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는 불안이 고조된 것이다.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대만의 반도체 생산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TSMC 공장은 하루 20만 t의 물이 필요한데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TSMC는 산업 폐수를 정수해 공정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공장을 지어 올해 말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여기에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여겨지던 대만의 코로나19 방역에도 구멍이 뚫렸다. 이달 중순부터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하게 된 것이다. 대만에서는 이날까지 지역사회 감염자가 8일 연속 200명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나 대만에서는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 중 약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대만은 주요 2개국(G2, 미국·중국) 대립의 한 가운데 자리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던 참이다. 여기에 선진국들은 가뭄과 코로나19에 허덕이는 대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반도체 공급망 자급자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만 지정학적 영향력의 원천인 최첨단 칩 시장의 지배력이 각국 정부의 자국 내 생산 촉진 시도로 위협을 받는 셈이다. 중국 역시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에 수출 규제를 가한 이후 ‘반도체 자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대만과 한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 좀 더 균형 잡힌 글로벌 공급망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유럽은 아시아가 밴도체 생산을 주도하고 서구권이 대부분을 소비하는 불균형에 좀 더 공격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도 이달 “조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대만 정부, TSMC와 협력하고 있다”며 “아울러 미국의 대만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