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가상자산의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방지를 위해 해외 자동입출금기(ATM) 인출 이용한도에 제한을 두는 강수를 뒀다. 가상화폐의 거래 가격이 국내에서 해외보다 더 높은 현상인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를 막기 위해 은행권에서 비대면 해외송금 한도를 줄이자, 카드사 역시 체크카드를 통한 현금화 제한에 나선 것이다.
24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음 달 1일부터 체크카드의 해외 ATM 이용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이용한도가 카드 기준이었으나, 고객을 기준으로 바뀌었으며, 월 최대 5만 달러를 인출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기존 카드 단위로 운영하던 한도 관리를 회원 기준으로 바꿨다”면서 “한도 관리는 각 사마다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부분으로 (해외 ATM 이용한도 신설은) 기존보다 촘촘히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카드사 역시 체크카드의 해외 ATM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NH농협카드 역시 회원 단위로 인출 한도를 설정해 시행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기존부터 인별 한도 제한을 두고 있었고, 최근 들어 하나카드, NH농협카드가 한도 관리 운영 기준을 변동했다.
시중은행이 가상화폐 환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송금 한도 등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카드사 역시 은행 지침에 따라 해외 출금을 통한 현금화 부분에 제한을 강화한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들 역시 최근 해외송금 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21일부터 비대면 해외송금 누적 월 한도를 1만 달러로 제한했으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역시 외국인과 비거주자의 비대면 해외송금 한도를 한 달에 1만 달러로 축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의 출금은 은행 정책에서 영향을 받는다”며 “출금은 통장에서 돈이 빠진다는 것에서 보면 송금과 동일한 맥락이어서 가상화폐 거래 목적으로 자금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은행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카드사의 출금 정책 역시 강화된 것이며, 기본적인 방향은 카드사 쪽이 아니라 대부분 은행에서 큰 틀에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가상화폐의 나라 간 가격 차이로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이같이 한도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별 제한이 아닌 인별 제한을 하는 건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권의 가상화폐에 대한 거리두기는 지속되고 있다.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증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적인 방침을 정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거래에서 얻을 수 있는 수수료 등의 이득보다 자금세탁·해킹 등 금융사고 위험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