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경영전략 변경 강요당할 듯
네덜란드 법원, 셸에 2030년까지 탄소 배출 45% 감축 판결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 주주들은 이날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이 지명한 인사 2명을 표결을 통해 이사로 선출했다.
엔진넘버원이 보유한 엑손모빌 지분은 0.02%에 불과하지만,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회사의 변화를 재촉해야 한다고 설득해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엑손모빌은 화석연료를 중시하는 기존 경영전략의 변경을 강요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엑손모빌의 최종 이사회 구성원은 총 12명인데, 현시점에서 아직 나머지 표결 집계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총 4명의 인사 가운데 추가로 엑손모빌 이사가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기업의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높여온 엔진넘버원은 지난해 말 엑손모빌 주식을 취득했다. 이 헤지펀드는 향후 화석연료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점차 투자를 다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영진에 쇄신을 촉구했고, 주주제안에서 4명의 이사를 추천했다. 이번 투표에서 결국 최소 2명의 이사를 입성시키는 데 성공, 경영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게 됐다.
엑손모빌 2대 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엔진넘버원의 추천 이사 4명 중 3명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비교적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온 엑손모빌은 환경 대책 분야에서 깊이 있는 대응을 요구받게 됐다.
탄소 저감 요구 압박을 받는 것은 엑손모빌뿐만이 아니다. 네덜란드 법원은 이날 유럽 최대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셸에 대해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다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로 감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셸은 애초 탄소배출량을 2030년에 20%, 2035년에 4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법원이 달성 시기를 5년 더 앞당기라고 지시한 것이다.
회사 측은 항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온난화 가스 감축의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부과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석유 산업에 대한 탈탄소 압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석유회사가 화석연료 생산을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