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입법 지지부진, '그린 워싱' 되나
석탄발전 정리 위한 에너지전환지원법도 난항
"석탄발전 정리해야 여유 생겨"VS"정책 신뢰 잃게 돼"
30일부터 이틀간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탄소중립(넷제로) 실현을 위한 수단인 입법은 지지부진해 결과적으로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넷제로를 선언했지만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구체적인 수치로 상향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후위기대응기금 조성과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등 계획을 세웠지만 관련법이 난항 중이라 한 발도 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우선 기본법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이소영 의원이 각기 발의한 기후위기대응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내놓은 기후위기대응기본법, 정의당 심상정·강은미 의원이 각각 마련한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 기후위기 대응 정의로운 녹색전환 기본법 등이다.
법안마다 세부내용은 다르지만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설치하고 기후위기 대응 계획과 추진 체계를 마련하는 기본적인 골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가 지난 2월 25일 이들 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를 열어 그린피스와 유럽연합(EU) 측의 제정 법 마련과 예산 투자 필요성 의견들을 청취했지만 여전히 환경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상태다.
탄소중립을 위해 당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을 위한 법안도 심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에너지전환지원법이다. 사업 허가를 받은 화력발전소를 물리고 그에 따른 보상 성격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원전·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기 위해 사업자에 대해 생산 전력량에 비례한 부담금을 납부토록 했다.
양이 의원은 정부가 NDC를 상향하지 못하고 탄소중립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 해당 법안이 발목 잡혀 있는 상황을 꼽는다. 양이 의원은 “과거에는 석탄발전과 원전을 늘리는 정책방향이었다면 지금은 줄이는 방향이니 거기에 맞지 않는 건 정리해야 한다”며 “NDC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건 이런 법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이 의원은 “석탄발전은 에너지전환지원법이 통과되고 방향만 잡히면 빨리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걸 빨리 정리해야 줄이기 어려운 산업 부문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전·석탄발전을 중시한 그간 정책을 뒤집는 것인 데다 업계에 직접 타격을 입히는 거라 반발이 만만치 않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허가를 내줬던 발전소를 법 개정 하나로 뒤집어버리면 정책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또 원전이 없으면 탄소중립도 불가하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