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日 빅3 점유율 35% 달해…국산차 경쟁력 향상도 일본차 위축 원인
닛산이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한 지 1년이 지났다. 한때 수입차 시장 35%를 차지하던 일본차는 불매운동과 브랜드 철수 여파로 점유율이 6%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5월에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판매량이 2000대 선을 넘어서며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발표치와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해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판매된 일본차는 7702대에 그쳤다. 전체 수입차 시장 점유율 6.3% 수준. 줄곧 점유율 10% 이상을 지켜온 예년과 비교해 낮은 수치다.
한때 일본차는 큰 인기를 끌며 수입차 시장 판매 순위를 휩쓸기도 했다.
2008년 한 해 동안 일본차는 2만1912대가 팔리며 전체 수입차 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했다. 당시 혼다 어코드와 CR-V, 렉서스 ES350과 IS250, 인피니티 G35가 판매량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도 연간 4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2019년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 여파로 상황이 달라졌다. 불매운동 이전인 2019년 6월까지만 해도 4000대 가까운 차를 판매한 일본차 5개 브랜드(토요타ㆍ렉서스ㆍ닛산ㆍ인피니티ㆍ혼다)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 반 토막 난 월 판매 실적을 받아들었다.
1년 넘게 불매 운동 여파가 지속하자 결국 닛산은 지난해 5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반일 정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더는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당시 한국닛산은 성명을 통해 "2020년 말 한국 시장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한다"라며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했고,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한국닛산은 철수 결정 이후 재고가 남은 알티마, 맥시마, QX50, QX60, Q60 등 5개 차종을 할인해 판매했다. 닛산은 지난해 6월, 인피니티는 9월에 모든 재고를 소진했다.
두 브랜드가 판매량 통계에서 사라지며 일본차 시장 점유율도 낮아졌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던 비중은 2019년 14.9%에 이어 2020년 7.4%까지 떨어졌고, 올해 5월까지는 점유율이 6%대로 낮아졌다.
다만, 최근 들어선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가 신차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대비 개선된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일본차 3사는 지난달 전년 대비 21% 증가한 2035대를 판매했다. 3사의 월 판매량이 2000대를 넘어선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전체 수입차 시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이어갔다. 지난달 판매된 수입차는 2만4080대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1~5월 누적 판매량은 20% 늘어난 12만1566대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도 메르세데스-벤츠가 7690대를 판매하며 브랜드 판매량 1위를 유지했다. 이어 △BMW 6257대 △폭스바겐 1358대 △볼보 1264대 △지프 1110대 순이었다. 상위권을 유지하던 아우디는 인증 관련 문제로 출고가 지연되며 지난달 229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 E 250으로 1257대가 판매됐다. 2위는 BMW 520(873대), 3위는 폭스바겐 제타 1.4 TSI(759대)로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차와 경쟁 구도에 놓여있다"라며 "한국닛산의 철수, 불매 운동 이외에 국산차의 경쟁력 향상도 일본 수입차의 점유율 위축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