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빠르게 회복됐다는 판단에 중단 이어 매각 나서
테이퍼링 첫 발 나선 것 해석
베이지북 "공급망·구인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일(현지시간)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사들였던 주요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점으로 사실상 양적완화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출구전략에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NN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펀드(SMCCF)'를 통해 사들인 회사채와 ETF 매각을 점진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시장의 기능을 회복하고 고용주의 신용을 지원하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연준은 올해 말까지 점진적이고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회사채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 발표한 SMCCF를 통해 약 52억1000만 달러의 회사채와 85억6000만 달러 규모의 ETF 등 총 137억 달러(약 15조 원)어치를 사들여 기업들을 지원해왔다. 연준이 사들인 회사채로는 가전업체 월풀과 월마트, 비자 등이 포함돼 있다. 당시 팬데믹 여파로 주식시장은 물론 회사채 시장이 출렁이자 연준이 직접적인 개입에 나섰다. 회사채 가격이 급락(금리 상승)하게 되면 기업 자금 조달 상황이 악화하고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회사채 매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븐 므누신이 연준의 비상대출 프로그램 연장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중단된 상태였다.
CNN은 “연준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매입 중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회사채 매각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다소 빨라지고 있다는 경기 인식을 보여줬다. 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4월 초부터 5월 말 사이 완만하게 성장했는데, 이전 보고서의 조사 기간에 비해 다소 더 빠른 속도로 확장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공급망 문제와 구인난으로 기업들이 수요를 맞추기 어려워진 것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5∼1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 기초 자료로 쓰인다.
물론 연준의 회사채 보유 규모는 7조 달러가 훌쩍 넘는 국채·모기기담보부증권(MBS) 보유 규모에 비하면 매우 미약하다는 점에서 이번 방침이 테이퍼링(점진적 자산매입 축소)을 시사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이 연준의 테이퍼링 논의 가능성을 주시하는 민감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어서 출구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팬데믹 이후 월 12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경제의 반등이 가팔라지면서 최근 연준 내부에서도 테이퍼링을 언급하는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연준이 테이퍼링을 갑자기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적어도 테이퍼링에 대해 생각은 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연준 대변인은“ SMCCF의 회사채 등 자산 매입은 이미 작년 말 종료됐다. 이번 매각은 통화정책과 관련이 없으며 관련 신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은 통화정책과 이날 방침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그 행간의 의미를 읽기는 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