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법안 규모도 1조 달러 수준으로 재조정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법인세를 28%로 올리는 대신, 법인세 최저한도를 15%로 설정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 규모를 1조 달러 수준으로 재조정하고, 법인세 인상안을 뺀 인프라 투자안을 공화당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인프라 투자 계획의 초당파적 합의를 위해 커다란 양보를 한 셈이다.
백악관은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재정적자와 경제 위축을 이유로 대규모 재정안과 높은 세율에 반기를 들고 나서면서 난관에 빠졌다. 이후 양측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기나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백악관이 인프라 투자 법안을 기존 2조3000억 달러(약 2400조 원)에서 6000억 달러 삭감한 1조7000억 달러로 줄이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9280억 달러의 새로운 안을 역제안했다.
양측의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바이든 정부 측은 지난달 30일 “협상을 계속 지속할 수는 없다”며 의회가 휴회를 마치고 복귀하는 이달 7일까지 명확한 방향이 잡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 기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에는 공화당의 동의 없이 계획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강경한 최후통첩의 태도와는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계속해서 야당인 공화당에 양보안을 내놓고 있다. 투자 규모를 1조 달러 이상 낮추는가 하면, 재원 확보를 위한 법인세 인상에서도 한발 물러났다.
상·하원 다수석을 이용해 힘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일단 타협을 시도하려는 모습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예산조정절차를 통해 여당의 찬성표만으로 상원 가결이 가능한 법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상원 의석수가 여야 50개씩 동수인 상황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이 충분한 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에 따라 7일까지 최대한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양보에 전향적이지만, 용인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라며 “1조 달러가 넘는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이 법인세 인상안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협의에서 이러한 방침을 지속해서 밀고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