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들의 땅투기로 파문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LH 개편안이 나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3월 사건이 터진 이후 3개월이 지나 나온 대책이다. LH의 일부 업무 이관과 전관예우 방지, 인원 감축 등이 골자인데, 핵심인 조직개편은 빠졌다.
정부는 LH의 공공택지 입지조사 업무를 국토부에 넘기기로 했다. 투기 사태가 개인의 일탈이 아닌, LH의 권한 독점과 조직 비대화, 허술한 내부통제장치 등에 기인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신도시 등 택지개발 계획은 국토부가 직접 맡아 정보를 통제키로 했다. 도시·지역개발 사업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다. 따라서 LH는 보상과 부지 조성, 택지 공급 등 실무만 수행한다. 고질적 악습이었던 퇴직자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연관 업종 취업제한과,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재산등록제도 시행한다. LH의 기능이 조정되면서 현재 1만 명 수준의 인력은 20% 정도 감축될 전망이다.
LH 조직의 근본적인 쇄신 요구가 컸음을 감안하면, 이런 내용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알맹이가 안 보인다. 이번 혁신안에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공직자들의 투기를 막기 위한 방안들이 망라됐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신도시 등 신규 택지 발굴을 국토부 공무원이 직접 맡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정보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또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정책과 충돌해 어떤 부작용을 가져오는 부분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LH 개편안은 ‘반쪽짜리’다. 조직개편이 미뤄진 것부터 그렇다. 정부는 당초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를 구분하는 조직 분리를 추진했다. 주거복지를 모회사의 기능으로 삼고, 토지와 주택의 개발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 구조로의 개편이 방향이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정부는 앞으로 충분한 의견수렴과 추가 논의를 통해 조만간 조직개편 문제를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구상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고, 더구나 앞으로 여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든 LH의 근본적인 혁신과 관련한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주택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LH 임직원들의 투기 사태는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다. 그동안 드러난 LH의 구조적 문제점을 확실히 해소하고 완전히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국민들이 불신을 접기 어렵다. 정부는 LH의 ‘환골탈태’를 약속했었다. 여론에 밀린 졸속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근본적인 기능과 조직의 재편을 통해 국민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공기업의 새로운 위상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