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유순 다방 대표 "앱 예약하듯 부동산 전자계약…업계 패러다임 바꿀 것"

입력 2021-06-1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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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 활성화…호텔 예약처럼 온라인으로 체결
당장은 전세보다 월세·원룸 중심…계약 시스템 신뢰성 확보에 최선
매물검증·정보제공, 중개사와 상생…광고플랫폼 넘어 종합부동산 지향

▲한유순 다방 대표는 8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통해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며 "다방의 역할은 매물 검증과 정보 제공 등 서비스에 국한될 것이고, 부동산 중개시장 진출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부동산 전자계약은 '다방'이 광고 플랫폼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초석입니다. 2년 동안 다방의 모든 역량을 전자계약 시스템에 쏟아부은 만큼 반드시 성공시킬 것입니다.”

한유순<사진> 다방 대표는 다방의 미래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다방은 2013년 부동산 정보 플랫폼으로 시작해 지난 8년간 급성장했다. 다방은 국내 대표 프롭테크(정보·통신 기술을 융합한 부동산 산업) 기업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될 정도다. 특히 원룸과 투룸 등 청년 1인 가구 전·월세 매물 정보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다방은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 도입을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투데이는 8일 한 대표를 만나 프롭테크 시장과 다방의 미래를 들어봤다.

“수십 번 도전 끝 '전자계약' 시스템 구축…부동산 패러다임 바꿀 것”

한 대표는 지난해부터 계속된 부동산 가격 급등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활성화가 부동산 전자계약 도입과 확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표는 “당장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했다”며 “그동안 집주인들은 집 계약 내역이 서류로 남고 전산상에 등록되는 것을 꺼렸는데 전·월세 신고제 시행으로 인식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많이 활성화됐고 앞으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기조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므로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며 “해외 호텔 예약처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앱으로 정보만 보고 예약하듯 부동산 거래도 전자계약을 통해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방이 곧 시행할 부동산 전자계약 서비스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만나지 않아도 전·월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비대면·실시간 계약 서비스다. 전자계약 전용 매물은 임차인이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매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동영상, 3D 가상현실 영상 등)를 제공한다. 마치 호텔을 예약하듯 온라인으로만 매물을 본 뒤 계약을 체결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는 호텔 예약과 엄연히 다르다. 원룸과 투룸 월세시장으로만 한정해도 보증금 수백만 원 이상을 거래해야 한다. 한 대표도 전자계약 시스템의 신뢰성 구축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 대표는 “우리 직원들도 큰 돈이 오가는 부동산 시장에선 전자계약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성 구축이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당장은 전세가 아닌 월세, 원룸 위주로 시행해 시스템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방은 전자계약 시스템 안정성 강화를 위해 본인 인증과 전자서명, 타임스탬프 등의 기술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계약문서의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제거한다. 동시에 매물 사전 검증 및 임대인 인증을 거쳐 부동산 거래의 위험성을 차단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결국 신뢰성을 갖추기 위해선 다방의 매물 검증 능력 향상과 차별화된 매물 정보 제공만이 살길임을 강조했다. 그는 “철저한 매물 검증을 통해 집주인 등기부 등본 대조 등 모든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 적용할 것”이라며 “매물 하나하나에 다방의 역량을 집중해 정보를 제공하고 서비스하면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다방의 부동산 전자계약 서비스 도입이 중개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다방은 부동산 중개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며 “전자계약 시스템은 공인중개사와 상생하는 방안으로 다방의 역할은 매물 검증과 정보 제공 등 지원 서비스에 국한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방 전자계약 시스템은 지역과 범위가 한정돼 제공될 것이고 전국을 다 포함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전자계약 시스템은 직접 중개업 진출이 아닌 IT 기술 지원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고 수수료 역시 기존 광고비용 수준의 이해할 만한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계약 시스템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민간 지원도 당부했다. 현재 여당이 발의한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 법안에는 부동산 전자계약 방식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부동산 규제 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계약 정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에는 전자계약 방식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2016년 내놓은 전자계약 시범서비스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용률 2.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한 대표는 “회사에서 사활을 걸고 만든 민간 전자계약 시스템은 편의성 등 성능이 공공시스템보다 더 낫다”며 “정부와 전자계약 관련 협업이나 민간 시스템의 표준화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다방 전자계약 시스템은 지역과 범위가 한정돼 제공될 것"이라며 "전자계약 시스템은 직접 중개업 진출이 아닌 IT기술 지원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다방, 광고플랫폼을 넘어 종합 부동산 플랫폼으로

한 대표는 다방의 미래에 관해 묻자 웃음과 한숨을 동시에 지어 보였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아직 다방이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한 대표는 “당장 원룸뿐만 아니라 아파트도 있고 토지, 상가 등 부동산만 놓고 봐도 진출할 분야가 많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이외에도 집 계약이 체결되면 이사나 청소를 해야 하고 인터넷과 케이블TV도 새로 신청해야 한다”며 “또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 분야와 집과 관련된 다양한 IT분야 등 진출할 영역이 아주 많다. 하지만 아직 다방이 갈 길이 먼 만큼 장기 사업으로 추진할 부분”이라고 했다.

당장 5년 뒤에는 기존 원룸 중심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아파트 등 부동산 투자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한 대표는 “원룸 매매와 아파트뿐만 아니라 투자를 위한 건물 분석 사업 등을 생각하고 있다”며 “5년 뒤에는 아파트 관련 사업 모델을 내놓을 시기인데 앞으로 2년 동안 열심히 만든 다음 그 뒤 3년간 해당 사업을 성장시켜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결국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분야는 전자계약 정보를 통해 사업 대상을 확인하고 전개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다방의 정체성이 부동산 광고 플랫폼이었다면 미래의 다방은 종합 부동산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철학과를 나온 뒤 게임사를 거쳐 다방을 창업했다. 그는 다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회사를 차릴 때부터 정말 원했던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세상을 바꾸고 부동산 시장을 바꾸는 일”이라며 “이번에 나올 전자계약 시스템은 월세 시대의 부동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2년이 넘는 개발 기간 전자계약 시스템을 수십 번 뒤엎고 다시 만들었다”며 “다방이 한층 더 성장하기 위해선 필요한 시스템인 만큼 이용자들이 애정을 갖고 많이 이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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