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총리와 회담...빈 시청 방문ㆍ하원의장과도 면담
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1892년 우호통상조약 체결에 따른 양국 수교 이후 처음으로 오스트리아를 국빈방문해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총리 면담 등을 가졌다. 양국은 내년에 수교 130주년을 맞는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10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의 호프부르크궁 발하우스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국빈방문 일정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양국 정상 부부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문 대통령은 "따뜻하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두 정상은 호프부르크궁에 들어서 훈장 교환식을 가졌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대성장, 김정숙 여사에게 대명예금현장을, 문 대통령은 판데어벨렌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 도리스 슈미다우어 여사에게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각각 준비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인 한국의 초대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 '소록도 천사'로 불린 마리안느·마가렛 간호사를 언급하며 오스트리아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회견에서도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게 돼 행복하게 생각한다. 최신의 통신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면 만남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거듭 문 대통령을 반겼고,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의 국화 에델바이스의 꽃말처럼 양국 국민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에 판데어벨렌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초청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과의 회담직후 대통령궁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총리실로 이동, 35세인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쿠르츠 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오스트리아에 와주셔서 큰 기쁨"이라며 "제가 2년 전 한국을 방문 했는데, 굉장히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과 쿠르츠 총리는 이후 쇤브룬궁 1층 '그로세 갈레리에'에서 오찬을 했다. 이 곳은 1961년 구 소련 니키타 흐루시초프 당시 서기장과 미국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한 번도 외부 공식행사에 개방된 적이 없는 곳으로, 이날 오찬을 위해 40년만에 개방됐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오찬 뒤 문 대통령은 빈의 시청을 방문해 미하엘 루드비히 시장을 만났다. 오스트리아에는 1954년부터 빈을 방문하는 고위급 인사들이 시청에 있는 방명록에 서명하는 전통이 있다.
빈은 세계적 건축가 훈데르트바써가 참여한 공공주택 '훈데르트바써 하우스', 쓰레기 소각장 '슈피텔라우' 등을 보유해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청와대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빈 시민들은 17세기 페스트를 공공의 정신으로 극복했다. 빈이 역병을 이겨낸 것은 코로나와 싸우는 인류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인사를 건넸다.
또 "한국 국민들은 모차르트와 함께 빈을 사랑한다. 요한스트라우스의 왈츠도 한국인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스마트시티, 도시재생 등 분야에서 한국의 지자체들과의 협력 증진을 기대한다고 언급했고, 루드비히 시장은 한국 지자체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이며 교류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빈에서 발생한 총격테러 사건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위로를 표한 뒤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한국 재외동포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루드비히 시장에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루드비히 시장에게 '국화문 투각 청자 호리병'을 선물하며 "천년 전 고려 시대 때 만든 청자"라고 소개했고, 루드비히 시장은 문 대통령에게 '아우가르텐 사의 모차르트 도자기 인형'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볼프강 소보트카 연방하원 제1의장과도 면담하고 양국 의회 교류확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관계 발전에 오스트리아 의회의 관심을 당부했고, 소보드카 의장은 의회 차원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시다'는 소보드카 의장의 말에 "그렇지만 보람이 있다"고 답했고, 방명록에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