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특권ㆍ차별 '사라진 정의'

입력 2021-06-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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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ㆍ'성소수' 종로 '차별 이슈'

노량진ㆍ여의도 "약자 배려도 불공정"
과도한 경재 내몰려 '공정 담론' 증발

‘관악’ ‘종로’ ‘노량진’ ‘영종도’ ‘여의도’ ‘광화문’.

한국사회의 불공정 이슈가 ‘날것’처럼 드러난 상징적 장소들이다. 1인 가구가 가장 많이 살고 있고 서울대학교가 있는 서울 관악구는 양극화 표본지역이다. 성소수자 밀집지이며 다양한 직종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에선 차별 이슈가 불거졌다.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밀집지인 서울 노량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있는 인천 영종도는 취약 계층 배려 문제가 극명하게 갈려 표출된 곳들이다.

노력, 능력과 무관한 학력, 출신지 등에 따른 차별과 특혜는 물론 사회적 약자의 구제마저 절차적 정당성을 들어 공정의 잣대로 평가하는 사회가 지금의 한국이다.

이투데이는 불공정 이슈가 제기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공정 담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고, 청년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아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출은 공정을 갈망하는 한국사회의 상징적 결과물이다. 이 대표의 공정론은 ‘엄격한 줄 세우기’로 요약된다. 시험성적, 학벌처럼 객관화가 가능한 기준을 노력의 결과로 보고, 이를 토대로 보상을 결정하는 사회다. 여기서 기회·수단의 불균등은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며 특정 대상의 결과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게 불공정한 것이다.

과거에는 기득권층이 불공정의 주체로 지목됐다. . 입시·채용비리, 투기 등 사회적으로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 중심에는 기득권층이 있었다. 정치인들의 뇌물 수수와 자녀 채용 비리,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 연예인 등 유명인의 탈세와 병역비리 등이 대표적이다. 불공정이 만연한 사회에서 ‘조국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기득권층이 행하는 불공정의 다른 표현은 합법적 특권을 앞세운 반칙이다. ‘청년 멘토’로 불리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 시절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2년 강연에서 “공정의 반대말은 불공정이 아니라 특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기회의 균형을 맞춘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인정됐다.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에도 불공정 프레임이 씌워지고 있다. 여성·청년고용 할당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확대, 입시전형 다양화, 고졸·지역인재 채용, 블라인드 채용 등 대상도 다양하다. 유년기부터 줄 세우기를 강요받고, 그 틀에서 경쟁해온 2030세대에 이들 정책은 ‘배려의 탈을 쓴 새로운 특권’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청년층의 니즈(요구)를 정확히 읽어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새로운 공정론’은 전통적 공정론에서 불공정의 대명사였던 특권뿐 아니라, ‘노력의 결과’를 다른 잣대로 판단하는 모든 행태를 부정한다.

새로운 공정론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류로 증명 가능한 결과만 노력의 대가로 인정하면,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이들은 실질적인 노력·능력과 무관하게 낙오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층은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자기중심적 공정성’을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집단적으로 같은 방식의 노력을 강요받으면서 그걸 공정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자신들과 다른 노력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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