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선호지 아니던 미국 남부, 법인 설립 50% 증가
일본도 지방 창업 증가
지난해 미국의 신규 법인 설립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52만 건으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한 지난해 2~3월 주요국의 신규 법인 설립은 감소세를 보이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V자 회복세를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들의 ‘V자 회복’ 핵심 키워드가 ‘도시탈출’이라는 점에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대부분 사람의 생활양식은 물론 일하는 방식마저 바꿨고 기업들도 이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자 클라우드 서비스와 공유사무실이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만 갖춰진다면 지방에서도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다는 전제에 이르게 됐다.
미국 내에서는 그간 창업 선호지역이 아니었던 남부 지방에서의 창업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법인 설립 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시시피주와 조지아 등 남부지방의 법인 설립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스타트업의 성지’로 불리는 캘리포니아는 약 10% 늘어나고, 뉴욕이 약 3%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에서도 지방 창업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수도권인 도쿄도 내 신규 법인 설립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했지만, 다른 9개 지역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방은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한 지난해 3분기께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곳이 많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핀테크 업체를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도쿄에 가지 않아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면서 “투자자와의 화상 면담은 ‘뉴노멀’이 돼 지방에서 창업하는 것은 불리하다는 말은 점차 옛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9만 명의 소도시 아이치현 닛신시에서 지난해 7월 설립된 스타트업 ‘도토리피트’는 인근 농촌에서 생산한 규격에 미달하는 채소를 소비자들이 쉽게 살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커지자 덩달아 신규 스타트업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도 ‘도시를 고집하지 않은’ 기업가들의 창업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