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자본시장부 기자
최근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인에게 현재 국내 증시 상황을 설명하던 중,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런 질문이 날아왔다. 회사 동료가 권해 주식을 시작한 지인에게 거시 전망은 그저 ‘어려운 이야기’에 불과했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금융투자업계를 취재하고 상장사 개별 이슈까지 찾아다니지만,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것과 지인이 보유한 M사 주가 사이에서 어떤 연관성도 찾지 못했다. 지인 입장에서 필자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한 셈이다.
우리 증시에서 개별 종목에 대한 정보는 한정적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엄청난 노력을 들여 만들어 놓은 공시시스템과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에도 ‘뭐 하는지 모르겠는 기업’ 은 여전히 많다.
국내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종목은 2400개가 넘는다. 이들은 하나하나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법인격체다. 이 중 상당수는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수백, 수천 명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했고, 일부는 누군가의 ‘창업의 꿈’을 담고 있다.
하지만 ‘비밀주의’를 고수하는 일부 상장사는 여전히 문제다. 최근 어느 상장사는 리포트를 기반으로 기사를 썼는데, 부담스럽다고 연락이 왔다. 리포트는 지난해 실적이 업황 때문에 악화됐지만, 올해는 개선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부진한 지난해 실적’을 언급한 대목이 ‘과격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증권 시장에 상장해 ‘남의 돈’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이들이 현재 상황을 숨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금융당국도 투자자에게 개별 종목 정보 제공이라는 최소한의 서비스는 제공해야 하는 이유다.
거시 전망도 물론 중요하다. 개별 책임소재도 적고 뭔가 전문적인 느낌도 든다. 이에 대해 궁금한 투자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개별종목 없는 거시 전망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