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재정 일자리, 민간이 고용 주도하도록 규제개선 필요"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의 4.2%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추가경정예산이 어느 정도 될지 국회를 통과해봐야겠지만 예정된 정도로 하면 국내총생산(GDP)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내년 3.0%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올해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반대로 평소보다는 높은 수준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내년에 완화되면 민간소비가 많이 회복되는 거로 전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4.2%는 현재와 같은 대외 경제 여건 개선과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이뤄지면 달성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대면 소비 확대에 따라 정부의 전망치보다 추가 물가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4.2%는 과도한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때문에 그렇게 기대하는 것 같은데 수출이 늘어 GDP를 올리는 만큼 수입도 늘어 GDP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5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서 소득 하위 70~90%를 기준으로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하위 80%는 되고 81%는 안 된다. 선별 기준이 이상하다”며 “국민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왜 그런 방식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미국의 예를 들며 “바이든 정부는 1400불을 나눠줬는데 기준이 7만5000달러, 부부는 15만 달러였다. 7만5000달러 넘어가는 소득부터는 늘어나는 소득에서 5% 감액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말정산도 끝났는데 이 정보로 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하면 같은 재원을 갖고도 보편성과 동시에 재원도 절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세돈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이 늘어날수록 개인당 지급액은 줄어드는데 그걸로 가계에서 얼마나 소비를 늘리겠냐”며 “지금 해야 할 건 포용성장을 내세워 퍼주기식으로 돈을 뿌릴 게 아니라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올해 하는 건 전부 작년에도 했던 것들이다.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가 안 나왔다면 이제는 방향을 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성태윤 교수는 “전 국민 지급으로 가는 건 문제가 있다”며 “재정 소요 상, 효과상의 문제가 있어 피해를 본 분들,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적 지원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6대 소비쿠폰·바우처, 카드캐시백 지급과 관련해서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저절로 살아날 것이다. 소비 회복에 치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카드 캐시백을 해봤자 카드 사용은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지원금 지급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도 이미 손실보상금 등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복에 그칠 뿐”이라고 부연했다.
신 교수도 “소비는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소비쿠폰 같은 건 작년에도 했다. 근데 소비는 5% 줄었다. 이미 소비 진작에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15만 개 일자리를 신규 창출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 “결국 수요가 없는 상황인데 일자리를 어떻게 늘리느냐”며 “대졸 취업자들 갈 데가 없다. 재정 일자리 등을 제외하면 실제 대졸 취업률은 30%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도 “대부분 재정 일자리로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치는 처방전에 불과하다”며 “민간 기업이 고용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이를 위해 산업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상봉 교수는 “반도체와 배터리는 이미 기본 산업이 확실하다. 여기에 추가로 지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예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황당한 수준이다. 이번 정권은 산업에 대한 걱정 없이 돈 쓰다가 끝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