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늑장 대처·전랑외교 영향
일대일로·백신외교로 이미지 개선 나서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패권국인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 역시 최고조에 달했다.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로 자국에 거슬리는 국가나 기업을 위협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시선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그러나 소프트파워를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에서 ‘차이나 포비아(China Phobia·중국 공포증)’이 심화했다. 3월 갤럽 여론 조사 결과 미국인의 45%가 최대 적으로 중국을 꼽았다. 1년 만에 두 배 급증한 것으로 러시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미국뿐만 아니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가 한국, 호주, 영국 등 14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 평가가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4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중국에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병 초기 정보 은폐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을 초래했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 통제와 감시에 기반을 둔 중국식 사회주의, 영토·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주변국을 위협하는 ‘전랑외교(늑대외교)’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감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는 ‘중국 붕괴론’을 딛고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공산당에 악재다. 중국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에 “분명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친절하고 순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저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는 ‘백신외교’를 펼치면서 개발도상국의 후원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
아프리카와 동유럽 등에서 중국은 백신과 일대일로를 통해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미디어, 공자 아카데미, 문화 축제, 장학금, 스포츠 후원 등 소프트파워 투자를 확대해 중국을 긍정적인 개발 파트너로 선전하고 있다.
일정 부분 성과도 보인다. 세르비아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 100만 회분을 받자 시진핑 동상을 세우자는 운동이 일기도 했다.
다만 중국의 외교방식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만큼 결과는 불확실하다. 미국민주주의기금(NED)의 크리스토퍼 워커 부사장과 제시카 루드위그 선임 연구원은 “중국은 문화적 영향력을 뜻하는 ‘소프트파워’가 아니라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비밀리에 영향력을 구사하고 강제로 자국을 따르도록 하는 ‘샤프 파워’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