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출시한 2세대 부분변경…내비게이션과 카메라 통해 전방 상황 예측
고급차는 디자인 변화에 인색하다. 이른바 ‘볼륨 모델’과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끌어가야 할 임무가 더 크다. 그래서 때때로 '이미지 리더'로 불린다.
기아 고급 세단 K9 역시 마찬가지. 2012년 1세대가 나왔고, 6년 만인 2018년 2세대로 거듭났다.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기아의 신기술을 모조리 쓸어담고 등장했다. 덕분에 '플래그십'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새로 선보인 '더 뉴 K9'은 2세대 출시 이후 3년 만에 나온 부분변경 모델이다.
앞뒤 모습을 살짝 다듬고 새 전자장비를 추가한 게 특징. 무엇보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역사상 가장 진보한 변속 시스템을 얹은 점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 29일 시승한 새 모델은 전면 그릴 사이즈를 키우고 전조등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요즘 유행하는 기아의 디자인이다.
K9 특유의 중후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살린 덕에 고급차 디자인으로 모자람이 없다.
좌우 측면 모습은 이전과 동일하다. 다만 후면 스타일은 상대적으로 크게 다듬었다. 요즘 기아 신차가 그렇듯, 좌우 후미등을 기어코 하나의 빨간 선으로 연결한 게 눈길을 끈다.
그러나 새 모델의 밑그림이었던, 안정감이 훌륭했던 2세대 K9은 출시(2018년) 때부터 좌우 후미등 연결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 탓에 조금은 억지스러움도 존재한다.
평가는 시장에서 고객이, 그리고 판매 대수가 내릴 것이다.
실내는 2세대와 같다. 이전 모양새를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는 다양한 첨단 장비를 아낌없이 담았다.
가장 먼저 이전보다 사이즈를 키운 14.5인치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앞 유리에 떠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이전보다 한결 커져 시인성을 높였다.
안타깝게도 기본적으로 K9 실내가 광활하다 보니, 크기에서 오는 감흥은 상대적으로 적다.
새 모델은 V6 3.3 터보와 V6 3.8 자연 흡기 등 두 가지로 나온다. 기본 가격을 기준으로 3.3 터보(6342만 원)의 값이 3.8 자연 흡기(5694만 원)보다 약 650만 원 비싸다.
3.3 터보는 기아 스팅어를 포함해 고성능 버전에 얹고, 3.8 자연 흡기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과 같은 엔진이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370마력을 내는 V6 3.3 터보. 시승은 서울 광진구에서 출발해 도시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곳곳을 거쳐 50여km에서 이뤄졌다.
무엇보다 부분변경을 출시하면서 선보인 첨단 변속기 시스템이 압권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이전과 같되 이를 움직이는 조절 시스템은 한결 똑똑해졌다. 전방 도로 상황을 예측하고 미리 변속해주는 이른바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 (Predictive Gear-shift System)’이다.
새 기술은 내비게이션 지도와 레이더, 카메라 신호 등을 활용해 전방 도로 상황을 감지한다. 가속과 감속 상황을 미리 판단하고 한발 앞서 스스로 최적의 기어 단수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시승 구간 곳곳에서 한결 똑똑해진 시스템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도로 상황 변화에 따라 변속 기어를 낮추는, 이른바 ‘시프트 다운’은 차의 안정감을 키운다.
기어를 낮추는 순간, 차의 무게중심은 앞으로 쏠린다. 앞바퀴에 접지력이 향상되면서 운전대를 돌리는 대로 날카롭게 차가 앞머리를 비틀 수 있다.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 먹을 때도 유리하다.
K9이 공개한 PGS는 레이싱 기술에서 원리를 가져왔다. 다만 용도는 레이싱보다 '안정감'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더 뉴 K9은 곡선에 진입하기 전 알아서 변속기어를 한 단계 낮춘다. 내리막길에서도 기어를 알아서 내리면서 기존 속도를 고스란히 유지한다.
앞서 달리는 차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변속기를 한 단계 낮춘다. 스스로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해 속도를 줄이는 방식이다. 내리막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부 곡선 구간과 과속방지턱은 감지하지 못할 때가 있다. 전방 상황 예측의 오류인지, 변속이 필요 없다는 K9 자체적인 판단인지를 모를 일이다.
K9이 물꼬를 튼 PGS는 조만간 기아는 물론, 같은 후륜구동 시스템을 갖춘 제네시스까지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K9은 뒷자리에 앉아 편안함을 즐기기보다, 운전석에 앉아 적극적인 운전을 할 줄 아는 오너에게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