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프로젝트G' 작성자, 변호인 반대신문서 밝혀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백기사'로 등장했던 KCC가 처음부터 자사주 매각 대상으로 정해졌던 것은 아니라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물산 합병에 정몽진 KCC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간 이면계약이 존재한다고 본 검찰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으로 지목한 ‘프로젝트G 보고서’의 작성자 한모(전 삼성증권 직원) 씨는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8차 공판에 참석해 "자사주를 매수할 여러 기업을 리스트업 했었고 나중에 KCC가 정해졌다"고 말했다.
한 씨는 삼성증권에 근무할 당시 삼성미래전략실과 함께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자문했고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6월 10일 주식시장 장 마감 이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KCC에 자사주 전량을 6743억 원에 넘겼다.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한 정 회장의 의결권 행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 씨는 변호인이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처분 목적을 회사 성장성 확보를 위한 가결 추진 및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사실대로 공시한 것 맞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이어 "어느 회사에 자사주 매각을 할 수 있을지 직원들끼리 논의했는데 당시 제일모직에 투자하고 있던 KCC가 우호세력이라고 생각했다"며 "언론에서도 KCC를 언급했었고 삼성증권도 여러 회사 중 KCC를 고려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 씨는 변호인이 “사측에서 자사주를 매수할 후보자로 KCC를 특정해 문건을 만들라고 지시한 적 있냐”고 묻자 “그랬던 기억은 없다. 나중에 KCC가 확실히 정해진 다음에 진행되는 절차를 삼성증권 직원이 가서 도왔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한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친 뒤 다음 공판부터 그의 후임인 이모 전 삼성증권 부장의 증인신문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