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의 그림자] 생색내기·불통 경영, 늘어나는 ‘무늬만’ ESG
국내 증권시장에서 ESG열풍이 거세다. 대기업은 앞다퉈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일관된 기준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ㆍ사회(Social)ㆍ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소위 ‘착한 기업’ 이란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는 미진하다. 대기업들은 앞다퉈 ESG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성과라고 할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남양유업의 경우 올해 3월 ESG 추진 위원회를 만들었다. ‘친환경 그린 경영’이란 비전을 내놨지만,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불가리스 사태’가 불거졌다.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형 화재사고가 발생한 쿠팡 역시 ESG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ESG 평가 전문기관 지속가능발전소로 부터 ESG 평가를 받았다. 이 평가에서 ESG 관리수준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제대로 된 대책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A등급을 받았으나, 올해에만 사망사고로 2명이 숨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본사 감독에서만 11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평가 기준 미비… 실효성 논란도
ESG란 단어가 시장에 알려진 것은 20여 년 전이다. 하지만 아직도 시작단계다. 명확한 평가기준이 확립되지 않았고, 경영과의 상관 관계도 알려진 바 없다.
한극금융연구소에 따르면 ESG는 비재무적 요소기 때문에 정보 취득과 분석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때문에 극소수 대형기관을 제외하면 평가업무 전담 기관들의 결과를 활용한다.
글로벌 대형 ESG 평가사는 서스테이널리틱스, 블룸버그, 톰슨, 로이터 등이 있다. 무디스와 S&P, 피치 등 신용평가사도 ESG를 점수 형태로 평가한다.
OECD가 지난해 내놓은 ‘펀드 및 ESG 성과에 대한 자체적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ESG와 투자 간의 유의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ESG 점수는 예측력이 일관성이 없고, 높은 ESG점수를 받은 펀드과 낮은 펀드 간의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글로벌 평가기관이 내놓은 결과는 일관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IMF와 이코노미스트, OECD 등이 S&P 1200 등에 속한 기업에 대해 ESG평가를 비교한 결과도 상관관계가 무척 낮았다.
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이 의결권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국내 ESG 평가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대상은 주로 국민연금과 기타 기관이다.
한극금융연구소는 “국내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들의 평가는 기관 간 평가요소와 방법론 상의 차이가 크고 이에 따른 결과도 상이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