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채널 '커트의 세상'을 운영하는 10년 차 유튜버 커트.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를 꿈꾸지만 조회수는 늘 제자리. 라이브 방송 시청자는 100명도 채 안 된다. 대중의 관심이 절실했던 커트는 결국 평범한 브이로그를 그만두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한다.
카풀 운전을 하며 승객들을 차에 태우고 소통하는, 일명 '더 레슨'(The lesson) 콘텐츠다. 동시에 커는 차에 탄 승객들이 마실 생수병에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넣는다. 유혈이 낭자한 조회수의 향연, 영화 '구독좋아요알림설정'(Spree,2020)이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극단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영화 속 커트의 모습은 현실에서도 익숙하다. 비록 영화 속 '커트의 세상'처럼 피비린내가 풍기지는 않지만,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한 커트의 선 넘은 발버둥은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남발하는 일부 유튜버를 떠올리게 한다.
각종 음모론, 허위 정보를 양산하는 유튜버는 더 이상 한 두 사람의 일탈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이버 렉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사이버 렉카는 교통사고 현장에 우르르 뜨는 레커차(Wrecker‧견인차)처럼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이를 이용해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뜻한다.
사이버 렉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진 건 故(고) 손정민 씨 사건부터다. 한강공원에서 실종 닷새 뒤 발견된 손정민 씨 사건을 두고 일부 유튜버들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주장을 담은 영상을 무차별적으로 올렸다. 특히 실종 당일 손 씨와 함께 있던 친구 A 씨를 피의자로 지목하며 각종 음모론을 제기했다.
친구 A 씨가 법적 대응을 시작하고 경찰이 손 씨 사건을 종결하면서 음모론은 일단락됐지만, 사이버 렉카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일부 유튜버들은 지난달 28일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故 김휘성 군까지 손 씨 사건처럼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휘성 군 유서 발견, 아버지의 연애금지 때문에', '김휘성의 주머니에서 많은 알약 발견했다' 등의 문구를 섬네일에 넣어 조회수를 높이는 식이다.
유튜브 세상에서 관심은 곧 돈이 된다. 선 넘은 콘텐츠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이유다. 손정민 씨 친구 A 씨에 고소를 당한 '종이의TV' 채널은 한강 사건을 계기로 구독자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4월 말 6만 8000여 명이었던 구독자는 2일 기준 18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사이버 렉카가 돈을 버는 방식은 주로 라이브 방송과 실시간 광고, 후원 등이다. 유튜브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나 불쾌감을 주는 영상에는 '노란 딱지'를 붙여 수입 창출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광고주들이 원하지 않는 콘텐츠에는 광고를 붙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데 라이브 방송은 다르다. 노란 딱지가 붙지 않는 라이브 영상은 실시간 광고를 띄울 수 있고, 구독자와 실시간 슈퍼챗(실시간 후원금)을 받는 데에도 제한이 없다. 사이버 렉카의 도 넘은 콘텐츠에 플랫폼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중의 어긋난 호기심을 채우면 곧 돈이 되는 알고리즘 세상 속에서 오늘도 사이버 렉카들은 거센 질주를 이어간다.
언론 역시 관심이 돈이 되는 알고리즘에서 결코 예외일 수 없다. 특히 대부분의 뉴스 소비가 포털에서 이뤄지는 오늘날 매체 환경에서 한국 언론 역시 정도만 덜할 뿐, '사이버 렉카' 유튜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인다. 그 결과, 한국 언론 신뢰도는 여전히 바닥을 밑돈다.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세상에 날을 세운 이 기사는 작금의 세태를 향한 비판임과 동시에 '뼈 아픈 자기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