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춘 크래프톤, 고평가 논란 여전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크래프톤이 금융당국의 권고에 맞춰 몸값을 낮췄지만, 여전히 적정가를 두고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제시한 공모가 대비 10%가량 낮춰 새로운 가격을 제시했지만, 아직 비싸다는 평가가 우세해서다.
지난 1일 크래프톤은 공모 희망가액을 40만~49만8000원으로 낮춰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애초 공모희망가액은 45만8000~55만7000원이었지만,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자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피어그룹(비교대상)을 조정해 가격대를 수정해 제시했다.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업체 4곳만 포함했으며, 논란이 됐던 월트디즈니 등은 제외했다.
이에 크래프톤은 수요예측 기간도 오는 14일부터 27일로 조정하고 일반 청약 역시 다음 달 2~3일로 변경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수요예측 기간을 2주로 늘려 진행한다. 통상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이틀 내 마무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긴 시간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1일 “2주 동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건 국내 기업공개 중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주관사도 크래프톤 공모가가 비싼 걸 아니까 왜 이 정도 가격으로 형성됐는지 설득하고 설명하기 위해 길게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정된 공모가 기준으로도 고평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크래프톤 예상 시가총액은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 23조3512억 원에 달한다. 이는 공모가 기준으로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8위 기업인 삼성물산(23조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게임 업종을 영위하는 엔씨소프트(17조 원), 넷마블(11조 원)보다 훨씬 크다.
다른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24조 원을 넘는다. 이건 앞서 ‘대어’라고 불렸던 SKIET,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게임즈 등의 시가총액을 다 합해도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장 전부터 장외시장에서 이미 물량이 많이 풀린 상태여서 가격에 대해 논란이 계속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공모하는 크래프톤 주식은 총 864만4230주다. 신주 모집이 562만4000주(65%), 구주 매출이 303만230주(35%)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공동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이다. 삼성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