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생각엔 "반문정서 기댄 다 아는 얘기…본인 목소리 없어"
"정권 적대심만으론 대한민국 지도자 못 돼"
지난달 29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 '본인 목소리'가 없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메시지 정치'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재인 정권 비판에만 매몰된 현실성 없는, 늘 언급되는 재탕 수준에 그쳤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0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 문제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 대부분 현 정권 정책을 겨냥해 비판했다.
우선 '주 52시간제'에 대해 "실패한 정책"이라며 "예외조항을 둬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최근 만났던 스타트업 청년들의 애로사항을 대변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시대를 거스르는 관념'이라며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이 18세기의 생각으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는 것이 한심하다"며 "경총 회장에 출마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일주일에 120시간 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람은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화장실도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대량 과로사의 지평선을 여는 제안"이라고 비꼬았다.
전용기 의원은 페이스북에 '군림만 했던 자의 예견된 참사'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 전 총장의 120시간 노동발언, 별로 놀랍지도 않다"면서 "그의 철학, 가치관, 국가발전 방향이 누군가 죽어도 끝나지 않는 세계를 가리키고 있어 그저 법 앞에, 사람앞에 군림했던 자의 예견된 참사"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과로사회"라며 "이 분이 칼잡이 솜씨로 부패 잡는 게 아니라 이제는 사람 잡는 대통령이 되시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윤 전 총장은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코로나 대책 등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용적률을 풀어 값싼 주택을 과감히 공급하되, 3주택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출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위해선 "강제로 영업제한을 할 경우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 한 달 만에 경제정책에 대해 본인 목소리를 냈지만 2% 부족하다는 평가다. 여전히 현 정권 정책 지적에서 한 발 더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조차도 새로운 대안 제시가 아닌 그동안 늘 언급됐던 내용의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투데이와 통화해서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약점을 건드리는 반문 정서에 기대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2500만 명이 다 알고 있는 반문정서에 기반을 둔 정책 비판이 아닌 윤석열의 것, 윤석열의 시대 진단, 윤석열의 지도자의 역량과 대한민국 미래를 보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나 마나 한 얘기를 반복하다간 구체적 역량 평가에 들어가면 금세 거품이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 의원도 "그동안 보여줬던 정권에 대한 적대심만으론 대한민국 지도자 면모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본인도 인지하고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