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서도 반대 움직임
하지만 리모델링 추진을 놓고 내홍을 겪는 단지도 적지 않다.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주민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올해 5월 기준 72개 단지, 5만3890가구다. 지난해 12월(54개 단지, 4만551가구) 대비 32.9% 늘었다. 현재 24개 아파트 단지에서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고 짓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를 유지하면서 면적을 키우거나 층수를 올려 주택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건물을 새롭게 짓는 것이 아니므로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일부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선 사업 방식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재건축 사업으로 재추진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재건축 아파트는 매매값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 리모델링 단지는 상대적으로 시세 차익이 적다는 게 리모델링 반대하는 주민들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2015년 9월 준공) 전용면적 114㎡형은 지난달 3일 44억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역대 최고가 거래다. 반면 리모델링 단지인 '대치 래미안 하이스턴'(옛 우성2차아파트ㆍ2014년 2월 준공) 전용 110㎡형은 지난 5월 30억 원에 거래됐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에선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하자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재건축 연한(준공 후 30년)이 다가오고 있고 최근 몇 년간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다. 대치2단지는 1992년 준공으로 2022년이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한 주민은 “주변 단지 대부분이 재건축을 추진하는 이유가 있을 것”며 “(리모델링보다)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재건축을 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정마을9단지(2000년 5월 준공)는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기로 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리모델링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이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재건축하는 게 집값 상승에도 유리하다”며 “재건축을 통해 제대로 된 랜드마크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서구 둔산동 국화아파트도 사업이 순항할 지 의문이다. 아직 대전에서는 리모델링 선례가 없고 안전성·건폐율 등에 대한 문제로 부정적인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한 주민은 "재건축보다는 사업 기간이 짧다고는 하나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될 때쯤 둔산동 일대에 재건축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분담금 문제와 이주로 인한 불편함 등으로 반대하는 주민이 많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 사업을 놓고 내홍을 겪는 단지들의 사업 방식 선택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