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위챗페이에 테스트 요구
“디지털 위안화 성공하면 두 회사 영향력 감소 불가피”
중국 당국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e-CNY) 개발에 대해 민간 결제서비스 업체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기업에 디지털 위안화는 시장의 경쟁상대 내지 위협요소나 다름없는데 정부가 개발 지원을 요구하고 나서자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주 디지털 위안화와 관련한 백서를 내고 “디지털 위안화가 국내 소매 결제서비스용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편리하고, 안전하며 포괄적이고 개인정보에 있어서 친화적인 결제 서비스가 필요하며, 플랫폼끼리 상호 작용이 가능한 결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6페이지 분량의 백서에서 인민은행은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이 운영하는 결제서비스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요 결제서비스 업체 2곳으로 인해 중국 내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0년 전 알리페이가 중국 결제시장 개척에 나선 이후 위챗페이가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중국 내 양강구도를 형성, 국민의 상당수가 두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게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국내 소매결제용’으로 소개한 것은 결제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이와 관련해 인민은행은 정부의 승인을 받은 시중은행과 비은행 결제업체를 통해 디지털 위안화가 유통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시범 테스트 과정에서 은행과 비은행 결제업체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뒀다. 6개 국영 은행들에 먼저 디지털 위안화 지갑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은행들에 디지털 위안화 사업에 유리한 출발선을 제공한 것이다. 이후 앤트그룹의 인터넷은행 마이뱅크와 텐센트 위뱅크가 디지털위안화 테스트에 참여하긴 했지만, 국영은행들처럼 전면적인 테스트는 허용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 담당을 했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학 교수는 “앤트그룹과 텐센트로서는 당국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협력하는 것 말고는 선택권이 없다”면서 “두 회사가 디지털 위안화 개발을 장려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옆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사는 제한적이더라도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에 참여해 자사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앤트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고위 간부를 중심으로 시작해 지난 2월부터는 중국 전역 직원 수만 명의 직원을 동원해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당국에 찍혀 앤트그룹의 상장이 무산된 이후 정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한 전사적인 움직임이었다.
해당 테스트에서 알리페이는 항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자사 앱에 내장된 디지털 지갑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식당이나 자판기, 소매상점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알리페이 내부에서는 디지털 위안화가 인민은행의 통제를 받는 만큼 이번 테스트를 기점으로 알리페이 결제시스템이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노력에도 인민은행은 알리페이가 디지털 위안화 지갑 운영사로 공식 인정할 것인지에 아직 언급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외교정책연구소의 로버트 머레이 연구원은 “결제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디지털 위안화가 성공한다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영향력은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