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형성도 중요…젠더·정치 논란 등에 불매운동 주도 MZ 우군 확보
최근 들어 이커머스에 이어 진통 유통업체들도 웹예능과 웹드라마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유통가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한 행보다. 이들은 TV보다 유튜브 등을 주로 시청하며, 노골적인 홍보 영상보다는 스토리를 입힌 마케팅에 열광한다.
유통업체로서는 MZ세대의 SNS(소셜네트워크시스템) 활용에 따른 공짜 마케팅 효과도 상당하다. 특히 재미와 이목을 집중시켜 업체에 대한 친밀감을 높이고, 애정을 가진 ‘찐팬’을 확보할 수도 있다. 젠더와 정치 이슈 등 최근 골칫거리로 등장한 ‘불매운동’에 대비해 우군을 확보할 전략이기도 하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웹예능 형식의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롯데는 자사 유튜브 ‘광고천재 이상준’ 코너를 통해 개그맨 이상준이 하이마트와 롯데푸드,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 광고를 기획하는 예능을 내놨고, 롯데백화점도 아이돌 ‘이달의소녀’ 멤버 츄가 출연하는 웹예능 ‘오떼르’를 방송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 한섬은 지난해 말 아예 기업명과 브랜드 노출이 전혀 없는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를 자사 유튜브 채널 ‘푸쳐핸썸’을 통해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웹드라마 제작 전 MZ세대가 드라마나 유튜브 영상 속 인위적이고 직간접적인 광고를 싫어하고,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스스로 찾는 성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에서는 CU가 가장 열성적이다. 작년 3월 자사 유튜브 ‘씨유튜브’를 통해 웹드라마 ‘단짠단짠 요정사’를 내놔 누적 조회수 110만 회를 끌어냈고, 지난달에는 웹예능 랩퍼 데프콘이 출연한 ‘쓔퍼맨’을 선보였다. 3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쓔퍼맨’은 7월말 현재 유튜브 73만회를 비롯해 페이스북 29만회, 인스타그램 98만 회등 총 200만회의 조회수를 자랑한다.
전통 유통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이커머스들에서는 웹예능이 이미 보편화됐다. 티몬은 지난달 공식 유튜브를 통해 웹드라마 ‘로코에 진심인 편’을 공개했다. 지난 2월 오리지널 콘텐츠 브랜드 ‘티몬 플레이’ 통해 첫 웹드라마 ‘스위트 오피스’를 내놓은 이후 4번째 작품이다. ‘스위트 오피스’는 62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11번가가 지난달 12일 처음으로 선보인 웹예능 프로그램 ‘열일사원’의 조회수도 일주일만에 10만회를 돌파하며 이슈가 됐다. 11번가 공식 유튜브 채널 ‘11번가 11TV’에서 방송되는 ‘열일사원’은 방송인 강남이 11번가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며 펼쳐지는 회사생활 에피소드를 그린 ‘11번가표’ 예능형 콘텐츠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말 K팝 아이돌 ‘온앤오프’와 배우 황보름별이 출연하는 웹드라마 ‘들어가도 될까요(Can I Step In)’를 내놨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자사 매장을 배경으로 한 청춘남녀 4인방의 썸 스토리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웹드라마 ‘썸웨이’를 공개해 한달만에 누적 조회수 54만 건을 끌어내며 인기를 끌었다.
유통업계가 TV 대신 모바일앱이나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를 겨냥한 행보다. 이들과 접점을 늘려 스토리를 입힌 콘텐츠로 고객에게 한발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웹예능은 소재와 형식에 제약을 두지 않아 자사 마케팅이나 모바일앱 사용법을 자연스럽게 녹아낼 수 있고, SNS 등 공짜 마케팅 효과도 크다.
실제 한섬의 경우 웹드라마 방영 전 35만건 수준이던 유튜브채널 ‘푸쳐핸썸’의 MZ세대 조회수가 방영후 200만 건으로 7배 가량 치솟았다. 조회수에서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33.8%에서 62.4%로 증가했다. 제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웹드라마 방영기간 온라인몰 더한섬닷컴 매출은 전년대비 105% 늘었는데 이중 MZ 구매액은 149% 신장했다.
웹예능과 웹드라마는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 MZ세대 팬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젠더 및 정치 이슈에 따라 불매운동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가운데 팬덤을 형성하면 부정적인 여론을 진화하기도 쉽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마케팅은 단순히 상품을 많이 파는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기업 이미지도 중요해졌다”면서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불매운동에 대비해 팬덤 확보는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