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혈혈단신’ 오스트리아 키센호퍼, 여자 도로 사이클 우승이 ‘대이변’인 이유

입력 2021-07-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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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신분 극복하고 30% 힘 많이 드는 ‘브레이크 어웨이’로 금메달 획득

▲25일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 경기에서 안나 키센호퍼(오스트리아)가 1위로 결승점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사이클 여자개인도로에서 안나 키센호퍼(오스트리아)가 대이변을 일으키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아마추어 선수의 우승이 더욱 경이로운 이유는 ‘브레이크 어웨이(선두로 치고 나오는 작전)’로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일본 시즈오카 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는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이변이 일어난 종목으로 꼽힌다. 우승자 키센호퍼가 수학 전공 박사에 현직 연구원이자 교수라는 이색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종목 특성상 홀로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드 사이클은 명목상으로는 개인전이지만 사실상 단체전으로 여겨진다. 주행 중 ‘펠로톤(레이스 선두그룹)’이라는 집단을 형성해 공기 저항을 줄이고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해 체력을 비축한 뒤, 결정적인 순간 한 선수를 치고 나가게 해 골인시키는 전략이 ‘정석’이기 때문이다.

펠로톤으로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발생하는 드래프팅 효과는 일반 주행의 30~40%가량의 에너지를 줄여준다. 물론 펠로톤 전략을 이용하지 않고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전략도 존재한다. 이를 ‘브레이크 어웨이’라고 한다. 그러나 펠로톤으로 체력을 비축하지 못하게 되므로 체력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초 분석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펠로톤 전략을 잘 활용하고, 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나 반데르 브르겐과 2012 런던올림픽 우승자 마리안느 보스, 2019년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자 아네미크 반 블뢰텐이 속해 있는 네덜란드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오스트리아에서 홀로 출전해 브레이크 어웨이를 적극 활용한 키센호퍼에게 돌아갔다. 1분 이상 늦게 도착한 네덜란드의 아네미크는 자신이 1위인 것으로 착각하고 세레머니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키센호퍼가 성적을 내기 어려운 브레이크 어웨이로 우승을 차지한 데에는 강인한 체력과 함께 지성도 한몫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녀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혼자 문제를 푸는 수학자라 사이클에도 똑같은 접근법을 썼다”며 코치 없이 혼자 훈련과 식단, 경주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도쿄의 더운 날씨에 대비하기 위한 열 적응 훈련도 그래프를 작성하는 등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문무를 모두 겸비한 키센호퍼는 메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내가 살던 삶을 계속 살고싶다”며 다음 학기에도 강의를 이어나갈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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