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수출 성장세도 둔화
글로벌 공급망 혼란 부채질 우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7개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아세안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44.6으로 전월의 49.0에서 하락하며 1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델타 확산에 감염자와 사망자가 연일 사상 최다치를 갈아치우자 이들 국가가 강력한 봉쇄 조치를 도입, 경제활동이 멈춰선 여파다. 말레이시아는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자 6월 초 의류업을 비롯한 비필수 업종 공장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고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
동남아 공급망은 밀접하게 통합돼 있어 한 나라 공장이 멈추면 다른 나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 인도네시아 의류업체는 국가 주요 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공장 가동이 허용됐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가 봉쇄에 들어가면서 원재료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 도요타 태국 공장도 임시 폐쇄됐다.
아시아의 대표 수출국인 한국과 중국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선진국의 수요 반등으로 살아나던 수출은 ‘반짝’ 증가에 그치는 분위기다.
한국은 7월 수출이 554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29.6%로 전월의 39.8%에서 하락했다.
중국은 민간과 정부에서 발표하는 7월 제조업 PMI가 모두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공식 PMI 하위 지수인 신규수출주문지수는 47.7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50을 밑돌면 주문이 감소했다고 보고한 수출업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현재 중국 26개 이상 도시에서 델타 변이가 보고됐다.
한국과 중국 수출 모두 향후 몇 달 내 공급망 불확실성을 포함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경고했다.
아시아 지역의 백신 접종률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은 경제 타격 장기화 우려를 키운다. 2차 접종 완료 비율이 40%에 달하는 선진국과 달리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접종률은 각각 약 8%, 태국은 6%에 불과하다.
프레더릭 노이만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소장은 “바이러스의 즉각적인 위협은 수개월 내 가라앉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델타발 경기둔화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정책 활용 수단도 제한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신흥시장에서의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졌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방어 차원에서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지만 국내 경기침체를 부채질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글로벌 생산기지인 아시아의 고전은 세계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운송 비용 상승과 부품 부족으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공급망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IHS마킷의 판징이 경제부소장은 “아시아발(發) 공급 문제 악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나쁜 징조”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