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여자라서 안돼" 일상이 된 직장 성차별

입력 2021-08-04 05:00수정 2021-08-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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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광화문: 굳게 닫힌 유리천장

쇼트커트는 일부 남성들의 페미니스트 판독기인 모양이다.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인 안산 선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가 여대 출신에 ‘웅앵웅’, ‘오조오억’ 등의 단어를 썼다는 사실이 남성 혐오(남혐) 대 여성 혐오(여혐) 문제로 비화했다. 이들은 정확한 근거 없이 안 선수에게 온라인 폭력을 가했다. 여권이 신장하며 과거와 달리 여성을 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고에서 싹튼 페미니즘 때리기였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의 인식이 비틀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러 언론사와 금융사, 정부청사 등 알짜 직장들이 위치한 광화문. 이곳은 취업준비생에게 입성하고 싶은 도시이자 직장인에겐 꿈 실현 공간이다. 광화문의 문턱은 유달리 여성에게 더 높았다. 여성에게도 광화문은 꿈의 도시일까.

#“지우 씨는 ‘워마드(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지우(26, 가명) 씨는 한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인턴 면접에서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김 씨와 같이 들어간 다른 면접자에게 직무 관련 경험을 물어보던 면접관은 방향을 바꿔 김 씨에게 워마드를 물었다. 김 씨가 받은 질문은 워마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면접관은 다른 면접자에게 “포트폴리오에 기명 기사를 쓴 경험이 있는데 우리 직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냐”며 면접을 이어나갔다. 해당 조에서 젠더 이슈 질문을 받은 면접자는 여대를 나온 김 씨가 유일했다. 며칠 뒤 나온 면접 결과는 탈락이었다.

김 씨는 최근 취업에 조급함을 느끼고 있다. ‘취업 적정 나이’에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구인ㆍ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인사 담당자 32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8개사가 신입사원의 적정 연령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은 남성 대졸 신입사원의 적정 연령은 27.9세, 여성 대졸 신입사원의 적정 연령은 25.7세라고 답했다.

#“우리 파트(팀)는 여자 후배 안 받아.”

2019년 대기업 인사팀에 취업한 전지윤(27, 가명) 씨는 평소 일하고 싶었던 팀에서 자리가 나자 해당 부서 선배에게 “팀원으로 지원해도 되느냐”고 묻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선배에게서 배울 점이 많아 잘 따르고 친하게 지냈지만 부서 지원 얘기 후를 하자 그는 전 씨에게 선을 그었다.

현재 전 씨 발자취를 따라갈 여자 선배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 그는 남자 상사나 남자 직원 간 술자리에서 종종 배제됐다. 여자라서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법인 전체 기업(2148개)과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기업(147개)의 여성 임원 비율은 4.5%다.

전 씨는 결혼도 고민하고 있다. 육아 휴직을 동반하는 출산은 그에게 커리어 쌓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는 “커리어 욕심이 있는데 휴직은 큰 허들이 될 것”이라며 “기업 구조상 인력과 승진 적체 현상이 심한데 이런 평가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전반적인 커리어에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육아 휴직 한 번에 경력 단절에 따른 연차 미충족, 남자 동기 대비 승진 누락, 그에 따른 박탈감 등이 줄줄이 따라오는 것이다.

전 씨는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은 뚜렷하다”며 “임신·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우려나 남성 근로자를 더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채용에서 여성 합격자가 남성 합격자보다 더 많은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 대기업은 여성지원 비중이 10명 중 2명에 그쳤다. 공기업은 3명 중 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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