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7일 대한민국에 사상 첫 근대5종 메달 소식이 들렸다.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 전웅태(26·광주시청)는 펜싱·수영·승마·육상·사격 합계 1470점을 기록하며 ‘깜짝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선수단은 29개 종목에 출전해 8개 종목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초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10위 안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폐막일 기준 금메달 6개·은메달 4개·동메달 10개를 따내면서 15위에 그쳤다. 한국이 하계 올림픽에서 10위 밖으로 나간 것은 2000년 시드니 대회(12위) 이후 21년 만이다.
금메달 개수로만 따지면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래 37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전통적 ‘효자 종목’으로 꼽히던 태권도·사격·레슬링 등 부진했던 탓이다.
한국 태권도는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노 골드’를 기록했다. 한국 태권도 간판인 이대훈을 비롯해 심재영·인교돈 등 역대 최다 인원인 6명이 출전했지만 나섰지만 은메달 1개·동메달 2개에 그치며 메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격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가 금빛 총성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이변이었다.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지난 리우올림픽까지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남자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혼성 경기에서도 본선 1차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올림픽 경기를 마치고 “부족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 세월에 장사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2024년 파리 대회에 출전하는 게 선수로서 마지막 목표”라고 전했다.
유도와 레슬링도 힘을 쓰지 못했다. 유도는 은메달 1개·동메달 2개를 기록하며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5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레슬링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면서 단 두 장의 출전권을 따내는 데 그쳤다. 올림픽에 나간 그레코로만형 67㎏ 류한수(33)·그레코로만형 130㎏급 김민석(28)은 모두 16강에서 탈락했다. 한국 레슬링은 몬트리올 대회 이후 45년 만에 ‘빈 손’으로 돌아갔다.
위 종목들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원인은 뭘까.
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은 ‘실전 감각 부족’을 꼽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제 대회 참석이 어려워지면서 실전 공백이 길어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경기를 많이 뛰지 않다 보니 경기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대회는 한국 사회가 스포츠를 대하는 새로운 가치를 찾은 기회였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림픽 팬들은 ‘노 금메달’·‘노 메달’이라는 말 대신 후회 없이 대회를 즐기는 선수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이 2㎝ 간발의 차이로 4위에 올랐을 때, 또 다이빙 국가대표 우하람이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4위로 경기를 마쳤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네티즌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선수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기사 댓글을 통해 “혜성처럼 나타나 올림픽 세계 4위에 오른 우상혁·우하람 선수 자랑스럽다”, “우상혁·우하람의 3년 뒤 파리올림픽을 응원한다”, “두 선수 모두 자기 종목에서 한국 역사를 새로 썼다”, “이들의 올림픽 4위는 메달보다 더 소중한 기록” 등 반응을 이어가며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와 같은 응원에 여자 역도 76㎏급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패한 ‘리틀 장미란’ 김수현(26·인천시청)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네티즌들이 보낸 응원의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