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실업수당 등 노동시장 복귀에 걸림돌 돼
연준 매파 “고용 회복세 지속 땐 조기 테이퍼링”
미국에서 월간 구인 건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건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충격을 딛고 기업들이 영업 활동 재개에 나선 영향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구직자 역시 950만 명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도 많고, 실업자도 많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수급 불일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 보고서(JOLTS)를 인용, 6월 미국의 전체 구인 건수가 1010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전달 기록(920만 건)과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910만 건)를 모두 웃돌았다.
미국 경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폭넓은 업종에서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특히 레저·접객, 의료·복지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레저·접객 업종의 구인 건수는 160만 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료·복지 분야가 150만 건으로 뒤를 이었다.
소비와 수요 회복에 힘입어 미국 고용시장에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일할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 6월 고용된 근로자 수는 340만 명에 불과했다. 전달에는 구인과 고용 건수 격차가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일손 부족을 메우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급여를 인상하고 특별수당까지 동원해 ‘인력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노동 수요 강세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일터 복귀가 늦어지는 이유로 보건상의 우려, 육아, 넘치는 실업수당 등이 꼽힌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연방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부어 추진한 실업수당이 고용 회복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실업수당이 고용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작용이 커지자 일부 주 정부는 올해 9월 종료 예정인 이 혜택을 조기에 중단하기도 했다.
향후 수개월 내 연방 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고 학교가 문을 열면서 노동력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델타 변이 확산 우려로 복직이 늦어지면 노동참여율의 대폭적인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고용 추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를 좌우할 핵심 요소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들은 8~9월 고용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난다면,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고용시장이 최근의 견조한 개선 속도를 유지한다면 4분기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 가을 테이퍼링 시작 가능성을 9월에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두 달과 같은 고용 통계가 계속된다면 9월 회의까지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을 어느 시점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