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제고 긍정적 효과
최근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개설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친근하게 성큼 다가온 재계 총수들의 모습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 SNS 이용자들은 재계총수들을 ‘00이 형’ 등 애칭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이슈가 생기면 오히려 역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김연경 선수의 ‘찐팬’임을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8일 올림픽 여자배구 3·4위전이 끝난 직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연경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자랑스럽다”는 메시지와 ‘#내 마음속 금메달’·‘#김연경 선수’·‘#매너다리’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SNS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류를 보면서 ‘#야근 설정아님’, 소파에서는 ‘추억의 갤러그 게임’, 냉면을 앞에 두고는 ‘찜통더위엔 냉면 한 사발’, 아들과 투샷에는 ‘테니스 부자’ 등 재치 있는 문구를 곁들여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최 회장은 대중과의 접점을 좁히기 위해 직접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올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 취임하면서 “각계각층 많은 분에게 ‘듣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소통과 경청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 네티즌이 ‘저녁에 고기 드셨냐’고 질문하자 “삼계탕”, ‘회장님은 민초파이신가’ 물음에는 “바닐라파”, ‘아드님도 미남이지만 최 회장님이 더 미남’이라는 칭찬에는 “감사”라는 댓글이 달았다.
최 회장보다 한발 앞서 개인 SNS를 활용해온 총수도 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69만 명을 보유한 ‘재계 핵인싸’다. 그와 비교하면 팔로워 5.6만 명의 최 회장은 ‘인스타그램 신생아’다.
정용진 부회장은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장을 보거나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공유하면서 베일에 싸인 재벌가 총수에서 ‘용진이 형’ 혹은 ‘동네에서 흔히 볼 법한 아저씨’ 등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했다. 특히 생활밀착형 유통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경영자로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직·간접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SNS에 진심인 기업 총수다.
박용만 회장은 2009년 트위터를 시작한 ‘SNS 조상신’이다. 2018년에는 당시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트위터 메시지로 최태원 회장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 일화가 유명하다.
박 회장의 트위터 팔로워는 16만여 명.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열심이다. 그는 SNS에서 사회문제나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 나선 김연경 선수의 정신력을 칭찬한 페이스북 게시물이 1100명에게 ‘좋아요’를 받았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딸인 뮤지컬 배우 함연지의 SNS를 통해 간접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함연지는 유튜브 채널에서 아버지 함영준 회장에게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음식을 대접하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는데 최근에는 오뚜기 제품 리뷰와 함께 함 회장과의 일상을 담은 영상까지 공개했다.
이같은 행보는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쌓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기업 총수의 SNS 활동이 ‘오너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경우다.
머스크는 활발한 트위터 소통을 통해 테슬라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연초부터 가상화폐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코인 시세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급기야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그를 해고하자는 ‘스톱일론’(STOPELON) 바람이 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