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연중 최저가를 기록 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릴레이가 이어지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38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900원(-1.15%) 하락한 7만7600원, SK하이닉스는 4000원(-3.79%) 내린 10만1500원에 거래 중이다. 양사 모두 연중 최저가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주는 시장조사기관 프렌드포스가 PC 제조업체들의 과도한 재고로 D램 가격이 4분기 최대 5% 하락할 것이란 분석에 전일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미국과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점진적 해제로 노트북 수요 둔화도 PC D램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를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인 모간스탠리가 반도체 업황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낮췄다.
모간스탠리는 11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최고점에 다다르면서 수요를 넘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모간스탠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 원으로 대폭 하향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목표주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SK하이닉스 주가는 목표주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2019년 이후 반도체 업황이 처음으로 확장 국면(mid-cycle )에서 둔화 국면(late-cycle)로 전환했다고 우려하면서 “D램은 내년에도 근본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를 유지하고 재고 증가로 인해 이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초 올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삼성전자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었다. 불과 1주일여만에 업황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은 이번주 들어 D램 현물 가격의 하락 기울기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CLSA도 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언더퍼폼(비중 축소)’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는의 경우 삼성전자는 11만 원에서 8만6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7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내렸다.
CLSA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IT 수요와 데이터 센터 재고 축적으로 상승해 왔지만, PC와 스마트폰 OEM 업체들이 재고 축적을 완화하기 시작했다”며 “올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D램과 낸드의 혼합 평균판매단가(ASP) 25% 하락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하나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16만5000원에서 13만원으로 21% 내려 잡았다.
D램 평균가격이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각각 5%, 10% 하락한 이후 내년 2~4분기 반등하지 않고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14조4000억 원에서 10조8000억 원으로 하향조정한 영향이다. 다만 단기간 급락세에 따라 추가적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버 시장 고객사들의 6개월 단위 구매 패턴을 생각하면 2022년 2분기와 3분기에는 D램 평균 가격이 반등한다고 가정할 수 있겠다”면서 “하지만 최근 PC D램 현물 가격 하락이 ‘왝더독(Wag the Dog)’ 현상처럼 서버 D램 가격 하락을 유발한 이후 가격 반등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가혹하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 다운사이클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보유 중인 재고가 1주 미만으로 거의 없고, 생산 보틀넥(병목현상)도 심화되고 있다”며 “2018년 4분기에서 2019년 4분기 때와 같은 ‘깊고 긴 가격 조정’이 재현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 4분기에서 내년 2분기 모멘텀 둔화 과정을 거쳐 늦어도 내년 3분기부터는 재차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