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 연구위원
청년층, 노동시장 충격에 결혼ㆍ출산 포기 늘어날 가능성
저소득 취약계층 기혼부부도 소득 감소로 출산 포기 증가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영향평가센터 연구위원은 18일 이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혼인·출산 감소보다 코로나19 이후 혼인·출산 감소를 더 우려했다.
앞서 신 연구위원은 17일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인구 변동추이 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출산 의향과 출산 계획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코로나19로 인해 하락할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예견됐다”며 “2021년도의 출산 상황은 지금까지 감소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본격적인 출산율 감소는 출산 의향과 출산 계획의 감소에 따라 2021년 이후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 증가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식적인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다른 국가들보다 적지만, 의료 역량이 코로나19 방역에 집중됨에 따라 제때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함으로써 사망한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간접 사망자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출산율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출산 감소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기혼부부의 출산 연기·포기에 따른 출산 감소이고, 둘째는 혼인 연기·포기에 따른 출산 감소다.
기혼부부의 출산 연기·포기는 코로나19 이후 자연적으로 회복돼 단기적으로 합계출산율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 연구위원이 ‘출산 의향의 실현 분석과 출산율 예측에 관한 설문조사(2020,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응답자(3486명)의 31.2%는 출산 의향이 하락했으며, 27.5%는 출산 계획이 약화했다. 15.9%는 피임 행동을 강화했다.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남편의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출산 의향 하락 폭이 컸다.
신 연구위원은 “해외 선행연구 결과를 보면 감염병 위기나 전쟁, 재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출산율은 일시적으로 하락하나, 위기가 종료되면 통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1918~1920년 스페인 독감, 1868년 핀란드 기근, 1923년 도쿄 대지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체로 사망자 수가 많을수록 출산율의 변동도 심했으나, 사망 건수가 최고조에 달하고 10~11개월 이후부터는 출산율이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코로나19 위기는 과거 위기와 비교해 많은 사망자를 내진 않았으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규제 장기화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혼인 연기·포기에 따른 출산 감소는 배경에 따라 두 가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연기·취소된 혼인은 코로나19 이후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신 연구위원은 “한국은 혼인과 출산의 연계성이 강해 혼인 건수로 단기적인 출산율 추이를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리적인 어려움으로 연기·취소된 결혼은 코로나19 이후 정상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출산율도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청년층(15~29세)의 노동시장 진입에 영향을 미쳐 혼인 포기로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는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이 사회·경제적 문제로 이어져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경우”라며 “일자리가 줄고 취업이 어려워지면 혼인은 코로나19 때보다 더 줄거나 늦어질 수 있다. 일반적인 가임연령을 고려할 때, 이는 항구적인 출산력 손실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혼인·출산 이월효과로 출산율이 올라봐야 1명을 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혼인이 줄면 출산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혼인 감소는 기혼부부의 출산 감소보다 심각한 문제다. 신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에선 아직 ‘결혼하면 1명은 낫는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과거 저출산 대책은 1자녀 부부들의 추가 출산을 유도하는 방향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된다. 결혼 자체를 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에 머물렀다. 올해에도 1분기 출산율이 0.88명을 기록하는 등 합계출산율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혼인 건수는 1분기에만 17.6% 급감했다. 해당 연령 1000명당 혼인율은 30~34세 남자와 25~29세 여자에서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컸다. 일반적으로 혼인 건수는 1~2년 뒤 출생아 수에 영향을 미친다.
신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방역과 별개로 청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에서 청년들이 혼인·출산을 기피하는 배경에 소득·주거 문제가 있다”며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소득·주거수준이 악화하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과도한 경쟁, 수도권 쏠림 등으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이 청년들의 취업·혼인·출산 의지를 꺾는다”며 “청년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소비·여가생활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의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속하는 기혼부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직이나 소득 감소가 코로나19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출산 의향과 출산 계획 약화는 저학력층, 저소득층, 비정규직 종사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서 더 강하게 관찰됐다”며 “코로나19 이후 출산율 하락이 취약계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관건은 감염병 위기가 사회·경제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기 전에 코로나19를 통제하는 것이다. 신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에 활용한 설문조사를 한 게 작년 6월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1차 대유행을 겪은 뒤라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이동량 통계만 봐도 불안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이로 인해 유행이 조기 통제되지 않고 지속한다면 사회·경제적 부정적 영향도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