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장수 현대 스페셜 스틸’ 지분 90% 매각
중국 현지 '스틸 서비스 센터(SSC)' 8곳 통폐합 나서
최근 3년 베이징 및 톈진법인 누적 순손실 910억
현대모비스가 중국 사업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4년 만이다.
반면 현대제철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중국 현지법인의 지분 매각을 시작했다. 8곳에 달하는 현지법인의 ‘통폐합’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올 상반기 중국 현지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냈다.
먼저 중국 현지에서 뼈를 깎는 자구책을 이행 중인 현대모비스는 4년 만에 현지에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사업은 한때 현대차그룹의 최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다. 현대차와 기아가 현지에서 영역을 확대하자 차 부품과 철강 등 관련 계열사 역시 현지 사업을 키워왔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상황은 급반전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려왔던 현대차그룹은 뜻하지 않았던 사드 사태를 맞아 극심한 위축기에 접어들었다.
이 무렵 현대모비스 중국 사업에도 위기가 시작됐다.
2015년 상반기 중국에서 3793억54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현대모비스는 이듬해인 2016년에도 탄탄한 영업이익(3465억2100만 원)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88.5% 하락한 440억1000만 원까지 추락했다. 현지 완성차 판매 급락에 따른 재고 증가, 완성차 조립공장 가동률 하락 등이 원인이었다.
결국,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손실로 전환, 손실액 규모가 239억6100만 원에 달했다. 이듬해인 2019년 역시 79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에 나선 지난해에도 사정은 마찬가지. 상반기 영업손실이 648억1300만 원에 이르렀다. 소폭이나마 영업손실을 줄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상반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만 1685억 원에 달했다.
본격적인 반등은 올해 시작했다. 올 상반기 현대모비스는 중국 사업에서 영업이익 51억9200만 원을 기록했다. 흑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50억 원대에 불과하지만, 현지 사업이 저점을 통과한 이후 흑자로 전환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현대모비스 지난해 12월 경영 전면에 나선 조성환 사장을 필두로 사업별로 중국 사업 자구 노력을 추진 중이다.
회사 측은 이번 중국 사업 흑자전환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다. 여전히 관련 계열사가 부진에서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중국 부품공장의 생산 재배치 및 비용절감 활동으로 상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라면서도 “아직은 중국 현지사업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흑자를 완벽한 ‘턴어라운드’로 보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현지법인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스틸 서비스 센터(SSC)’ 통폐합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8곳의 통폐합이 골자다.
이 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 2분기 장쑤 성에 자리한 비철강 제조업체 ‘장수 현대 스페셜 스틸(Jiangsu Hyundai-special steel)’ 지분 90%를 매각했다.
현대제철의 자회사 현대종합특수강이 보유했던 지분이 100%에서 10%로 하락하면서 이 회사는 현대제철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구체적인 인수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장수 현대 스페셜 스틸은 중국 현지 법인 8곳 가운데 적자 폭이 가장 컸다.
공시를 통해 영업이익을 확인할 수 있는 2018년 상반기 기준, 중국 법인 8곳 가운데 3곳이 영업손실(내부거래 제거 전 실적)을 냈다.
먼저 현대스틸 베이징 프로세스(-112억6000만 원)와 현대스틸 충칭(-190억5100만 원) 등이 적자를 냈다.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첫 번째 통폐합의 타깃이 된 ‘장수 현대 스페셜 스틸’의 영업손실은 무려 228억1500만 원에 달했다. 적자를 많이 낸 법인부터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기획실 안에 ‘철강사업경쟁력강화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 저수익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구조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법인 통폐합 △스테인리스 사업 재편 △강관사업 재편 등이 거론됐다. 철강업계는 이번 지분 매각을 놓고 “중국 현지법인의 통폐합이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현대제철 중국 베이징 법인의 누적 순손실은 444억 원, 톈진 법인 손실은 46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경우 해외 법인끼리 서로 지분을 쥐고 있어 법인 청산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말하고 “슬로바키아 법인이 터키 법인 지분 100%를 보유 중이고, 인도에서도 현지 법인끼리도 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합작 형태가 아닌 만큼, 중국 법인 통폐합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국 현지법인 지분 매각과 관련해 “지난해 공식화한 중국 SSC(스틸 서비스 센터)의 통폐합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 역시 중국 현지사업 부진 회복을 위해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웨이다기아를 본사 대표이사 체제 아래에 두고, 전용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 제품 전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