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매출액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는 1조2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매출(2256억 원)보다 4배 이상 급증한 규모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한다면 상장 첫해에 '1조 클럽'에 가입하는 성과를 올리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2573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지만, 연간 1조원에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 그럼에도 시장은 회사가 주력하는 코로나19 백신 사업이 하반기에 더욱 힘을 받으면서 매출 규모가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위탁생산(CMO)과 노바백스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을 담당하고 있다. 상반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포함한 제품 매출은 1137억 원, CMO·CDMO 용역 매출은 129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대부분(94%)을 차지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글로벌 허가가 늦어지면서 아직 상업생산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노바백스는 4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신청을 내겠다고 밝혔으며, 이보다 먼저 영국과 호주, 캐나다에서 허가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는 이미 승인을 신청했다. 국내 품목허가는 주요국 허가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품목허가 즉시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다"면서 "국내 공급은 물론 글로벌 허가에 따라 수출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공급되는 노바백스 백신은 4000만 회분이며, 코백스 퍼실리티와 11억 회분, 미국과 1억 1000만 회분 등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노바백스는 3분기 월 1억 회분, 4분기 월 1억5000만 회분을 생산할 계획으로, 대규모 위탁생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자체 개발 코로나19 백신 'GBP510'은 지난 10일 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을 시작했다. 빠른 상용화를 위해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되며, 한국을 포함한 다국가에서 3990명을 모집한다.
임상 3상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희망자는 5000명을 돌파했다. 최근 2개월 사이 2500여 명이 몰리면서 GBP510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재단은 이 가운데 미접종자를 가려내는 등 1차 선별 절차를 거쳐 SK바이오사이언스에 참여 희망자를 연계할 예정이다.
GBP510은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차세대 코로나19 백신(WAVE2)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으로 선정한 만큼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CEPI와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약 2450억 원을 GBP510 개발에 지원하고 있다. 이 백신은 전통적인 방식의 재조합 단백질 기반이란 점에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유통 편의성과 생산성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연구·개발 비용 333억 원의 절반인 165억 원을 정부가 보조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았다.
특히 정부는 국산 백신 선구매 예산으로 720억 원을 책정했는데, GBP510이 '국산 1호 백신' 자리를 예약한 만큼 이 수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누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GBP510이 승인 후 1억 회분만 공급돼도 조 단위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